"약값 20만원 줄테니 넘어가자" 동태 곤이 재탕…식당 불신 키우는 '음식 재사용' 논란
깍두기 재사용 식당에 이어 열흘만에 동태탕 곤이 재탕 의혹
단속 나와도 사진 등 증거없어 제재 받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도
소비자들, 식당음식 불신 커지고 있어
전문가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민원 제기…실효성 있는 단속 필요"
[아시아경제 김초영 기자] 최근 부산의 한 식당에서 손님이 남긴 깍두기를 재사용해 국민적 공분을 산 가운데 이번엔 동태탕집에서 음식 재료인 곤이를 재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문제가 되고 있다. 음식 재사용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며 일부 식당에서 관행처럼 굳어진 '음식 재사용'이 식당음식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부산신항쪽에 음식물 쓰레기로 장사하는 것을 알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 A씨에 따르면 친구와 함께 동태탕집을 방문한 A씨는 곤이를 추가한 동태탕을 주문했다. 최근 음식을 재사용하다 적발된 한 음식점을 떠올린 A씨는 식당 직원들이 음식을 어떻게 조리하는 궁금해 주방을 지켜봤다.
각종 재료와 반찬 등이 깨끗이 보관된 모습을 보며 안심하던 중 A씨는 식당 직원이 다른 손님이 먹다 남긴 동태탕을 큰 냄비에 넣는 것을 목격했다. A씨가 직원에게 "음식을 재탕하는 거냐"고 따지자 직원은 "개밥을 주려고 끓였다"며 "나는 일용직 아르바이트이며 사장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이같은 사실을 사장에게 알리자 해당 직원은 이후 A씨에게 전화해 "팔팔 끓여서 주지 않았냐"며 "곤이가 냉동인 상태라 녹이는데 시간이 걸려 넣었다. 상한 음식은 아니다. 약값 20만원을 줄테니 넘어가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욱 커졌다.
특히 2년 전에도 이 식당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누리꾼이 등장하며 해당 식당이 음식 재사용을 꾸준히 해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년 전쯤 이 식당을 방문했다는 한 누리꾼은 "동태탕에서 상한 맛이 나서 물어봤더니, '새벽에 끓여놔 상한 것 같다'고 했다"며 "아직도 그렇게 장사 하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BJ파이 영상에 포착된 잔반 재사용 장면. 왼쪽 직원은 손님이 먹다 남은 깍두기를 반찬통 담고 있고, 오른쪽 직원은 반찬통에서 깍두기를 덜어 새 그릇에 담고 있다. 사진= 아프리카TV BJ파이 방송화면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식품위생법상 음식을 재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다. 다만 원형이 보존돼 다시 사용하더라도 위생에 문제가 없는 상추나 깻잎, 일부 과일류와 견과류는 허용된다. 음식물 재사용이 적발될 경우 식당 점주는 영업정지 15일 행정처분 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처해질 수 있다.
음식물 재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강화된 법이 2009년 7월부터 시행됐지만 여전히 일부 음식점에서는 음식물 재사용이 관행처럼 굳어진 탓에 위생 문제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식사 중 발생한 타액에 의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음식 재사용에 대한 우려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 음식물 재사용이 잇따라 적발되며 사람들은 식당 음식에 대한 불신마저 생기고 있다는 입장이다.
평소 대학 주변의 식당을 자주 방문한다는 20대 박 모씨는 "오픈 주방이 아닌 경우 음식 재사용은 어느 정도 감안하고 먹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식당들의 위생 관념이 조금은 나아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다른 손님이 먹던 만두를 새로 끓이는 라면에 넣어주는 모습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그 이후론 오픈 주방인 곳만 찾아다닌다"고 말했다.
포장주문을 한 후 음식을 받으러 갔다가 직원이 음식을 재사용하는 모습을 목격하는 경우도 있었다. 20대 직장인 김 모씨는 "족발을 포장하러 갔다가 다른 테이블의 손님이 먹고 남은 부추를 주방으로 가져가 새로운 배달 용기에 그대로 넣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며 "식당 직원이 곧바로 사과했지만 그 이후로 밖에서 음식을 사먹기 꺼려진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지자체 차원에서도 각종 캠페인을 벌이고 인증제를 도입하는 등 직원들의 위생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관련 법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는 사례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일반음식점, 식품제조가공 및 판매업체, 급식소 등의 곳에서 식품위생법을 위반해 행정처분을 받은 건수는 총 18만3371건에 달한다.
연도별로는 △2015년 3만4173건 △2016년 3만3514건 △2017년 3만3393건 △2018년 3만2858건 △2019년 3만5593건으로 나타났으며 2020년은 상반기에만 1만3840건의 사례가 적발됐다.
위반유형별 내역을 살펴보면 음식 재사용 사례가 집계되는 항목인 '영업자 준수사항 위반'이 4만683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멸실, 폐업 등의 기타 사유 3만965건 △위생교육 미이수 2만7585건 △건강진단 미실시 1만6968건 △영업허가 등의 기타 사유 1만6888건 △위생적 취급기준 위반 1만2686건 △기준 및 규격 위반 1만1903건 △시설기준 위반 9382건 △표시, 광고 위반 5197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일각에선 음식 재사용과 관련한 점검이 정기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식당 직원들이 경각심을 갖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단속은 특정 식당에 대한 민원이 들어오는 경우에 이뤄지는데, 사진 등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 처벌이 어려워 식당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라도 식당 점주가 공개를 거부하면 지자체 직원이 이를 강제로 확인할 방법은 없다. 결국 신고가 들어오더라도 점검이 식재료의 보관 상태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는 손님들의 적극적인 민원 제기와 실효성 의문이 있는 단속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비자로 하여금 감시의 눈이 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며 "문제가 발생한 경우 사진 등 직접 증거를 남기고, 사진을 남기지 못한 경우에는 육하원칙에 따른 구체적인 상황을 기록해 신빙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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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 교수는 "현재 구청 위생과 등에서 점검 나오는 것이 사실상 실효성 있는 지는 의문"이라며 "점심이나 저녁 시간 직후 남은 음식을 어떻게 처리하는 지 바로 확인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데 공무원 인력상 그렇게 운영되고 있지 못하고 있어 사실상 적발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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