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뇌관 다중채무자]대부분 高금리 재대출…"금융위기급 위험"
다중채무자 1인당 1억2219만원 대출…4년새 1300만원 급증
자영업자 폐업·개인 파산신고 늘면서 이자상환 유예·분할상환 요구도 증가
가계대출의 30%가 다중채무자, 전문가 "취약차주 선제적 관리 나서야"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성기호 기자, 송승섭 기자]가계부채에 다중채무발(發) 적색 경고등이 켜졌다. 전체 가계대출에서 다중채무자 대출잔액 비중과 1인당 평균 대출금액이 늘면서 부채의 질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코로나19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등이 종료되고 본격적인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다중채무자가 가계부채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당국이 다중채무를 리스크 수준별로 분류해 적극적으로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채의 질 악화…곳곳이 지뢰밭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2017∼2020년 다중채무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다중채무자의 1인당 대출금액은 1억2219만원으로 2017년(1억858만원)보다 1361만원 늘었다. 2017년 1억858만원, 2018년 1억1081만원, 2019년 1억1350만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1630조2000억원) 중 다중채무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31.8%에 달했다.
다중채무 대출금과 차주가 늘어난 것은 코로나19로 타격을 받고 폐업하거나 장사가 어려워진 자영업자와 취업을 못한 청년층과 실직자들이 대거 늘어나면서 빚으로 빚을 갚는 상황이 생길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실제 지난해 4분기 개인워크아웃(연체 90일 이상 채무자 대상)도 2만3912명으로 1년전(2만2023명)보다 1889명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신청자는 9만9486명으로 1년전(9만3291명)보다 6% 증가했다. 지난해 신용회복위원회에 신속채무조정을 신청한 사람도 2098명으로 1년전(932명)보다 1166명 늘었다. 신속채무조정은 다중채무자 중 연체가 없거나 연체일이 30일 미만인 이들의 채무를 조정해주는 것이다.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렸음에도 제 때 돈을 갚지 못해 이자상환 유예나 분할상환 요구를 해온 차주들이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문을 닫는 자영업자도 속출했다. 이들은 사업 규모가 작아 금융부채 규모가 크지 않지만, 소득 대비 부채 비중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2019년 폐업한 개인사업자는 85만2572명으로 전년(83만884명)보다 2만1688명 늘었다. 개인 전체 폐업자에서 업태별 폐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서비스업 21.10%(17만9906명)로 가장 높았다. 소매업 20.25%(17만2645명), 음식점업 18.48%(15만7595명) 순이다. 음식점을 창업한 사업자가 17만5627명인 점을 비춰, 음식점 한 곳이 문을 열면 기존 한 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특히 소매업과 음식점업은 자영업자 중에서도 생계형 가구가 집중돼 있는 업종이다. 벼랑 끝으로 몰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대법원이 집계한 지난해 개인파산 신청자는 5만379명으로 1년전(4만5642명)보다 4737명 늘었다. 최근 5년 간 최대 규모다. 지난해 파산신청은 코로나19 1차 대유행을 겪은 6월 이후 급격히 늘었다.
또한 30대 이하 연령과 고소득층의 다중채무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볼 때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열풍도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신용 잔액은 1726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가계신용은 은행, 보험사, 증권사,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의 가계대출에 신용카드 할부액 같은 판매신용을 합한 금액이다. 한은은 주식·부동산을 사들이기 위해 전방위에서 차입금을 조달했다고 분석했다. 주식 및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바로 대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금리 인상 시 뇌관…관리·감독 필요
전문가들은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면 다중채무자와 저소득층의 부실 문제가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가계대출 중 다중채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해 실물경제에 충격을 안기는 복병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다중채무자는 대게 시중 은행들에서 먼저 빌리고 대부분 금리가 높은 2금융에서 재대출을 하는 경우가 많아 금리가 오르면 바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다중부실차주’의 위기는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생활자금 용도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현금화할 자산이 없어 더 위험하다"며 "고소득자의 비중이 늘어났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중채무자의 대출금액이 빠르게 늘어난 건 ‘분명한 경제위기의 뇌관’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다중채무자 중심의 부실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취약한 차주를 구별해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축적된 다중채무자의 빚을 단기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며 "장기적으로 회복 여력을 판단해 빚을 갚을 수 있다면 추가 신용공급을, 원금상환이 불확실한 경우에는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오 교수 역시 "금융당국이 만기를 연장해준 대출자 중에는 이자도 못 갚는 사람이 있는데 이들은 코로나19가 끝나도 돈을 갚기 어렵다"면서 "정상여신으로 분류돼 있으니 부실이 숨겨지고 은행이 적절한 대응일 미루는 요인이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채무조정에 정부와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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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나왔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유동성이 많은 상황에서 신용이 괜찮은 사람이라 판단해 은행이 돈을 빌려준 것"이라며 "미국의 채권금리가 오르고 있지만 다중채무자 처지에서는 차입금리가 더 중요한 만큼 부실 여부를 얘기하기에는 이르다"고 주장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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