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형제복지원 비상상고 기각… 대법, '국가책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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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1980년대 대표적 인권유린 사례인 부산형제복지원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비상상고 기각 결정 후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대법원 판결 후 피해자들은 오열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법원이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은 큰 의미가 됐다.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분으로 설립된 형제복지원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수용시설처럼 운영됐지만 불법 감금과 강제노역, 구타, 성폭행 등이 자행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내부 자료만으로도 사망자는 500여명이 넘었고 일부 시신은 아직도 찾지 못한 상태다.

고 박인근 전 형제복지원 원장은 불법 감금 등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1989년 대법원은 박씨의 행위가 당시 정부 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다며 형법상 정당행위로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수용이 정부훈령에 따른 것이므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29년이 지난 2018년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은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박씨 사건을 비상상고했다. 비상상고란 확정된 형사판결에서 위법 사항이 발견됐을 때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재심리를 제기하는 비상구제절차다. 검찰은 당시 내무부 훈령은 신체 및 거주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었으며, 단속과 수용 대상 및 시설 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과거 대법원 판결에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은 비상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이유무죄 부분은 유죄 부분과 함께 상고심에 이심됐다가 대법원의 파기판결에 의해 효력을 상실했다"며 "원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이유무죄 부분을 대상으로 한 이 사건 비상상고는 비상상고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재판에 대해 제기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1989년 당시 특수감금 무죄 판결은 부랑인을 마음대로 단속할 수 있도록 한 내무부 훈령과 훈령에 따른 행위는 처벌할 수 없도록 한 형법 20조가 근거가 됐다. 검찰은 내무부 훈령 자체가 위헌·무효이기에 법 적용에 오류가 있다고 보고 대법원에 무죄 판결 파기를 요구하는 비상상고장을 냈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법이 정한 비상상고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무죄 판결은 내무부 훈령이 아닌 형법 20조를 근거로 해 법 적용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내무부 훈령은 판결의 직접적 근거가 아니어서 비상상고 사유인 법령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이 판시로 국가 배상 책임만은 인정됐다. 재판부는 기각 판결을 내리면서 형제복지원 사건의 핵심은 "헌법의 최고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이 침해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상상고 기각이 형제복지원 사건의 무죄 판결을 재확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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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피해자·유가족의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정부의 적절한 조치로 아픔이 치유돼 사회 통합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며 정부 차원의 진상 규명을 주문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진실 규명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시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대법원은 이번 사건을 국가기관이 주도한 대규모 인권유린 사건으로 봤다"며 "주문은 기각이지만 기각에 이르는 과정에서 밝힌 이유가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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