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트/그랜드 오더라는 게임 속 연초 이벤트운영에 불만을 품은 게이머들이 트럭 전광판 시위를 하는 사례들이 올 초에 나타났다. 게임운영에 불만이 있으면 온라인 상에서 시위를 하는 것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오프라인에 물리적인 형태의 시위가 등장한 것이다.
그것도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온라인 커뮤니티가 동일한 목소리를 표출하는 형태로 나타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그 후 마비노기, H2, 라그나로그 오리진 등의 게이머들도 트럭시위를 연이어 버렸다. 이제 게이머들은 게임 속에서만 활동 하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게임사들에게 그들의 주장을 물리적인 형태로 펼치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시야를 조금 더 넓히면 트럭시위와 같은 현상은 게임에만 국한 된 것만이 아니다. 미국 증시를 요동치게 만들었던 게임스탑 공매도 세력에 대항하는 온라인 개인투자자들의 움직임은 트럭 시위와 매우 흡사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레딧이라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시작된 사건은 '루빈후드'라는 주식거래 애플리케이션에서 공매도를 막기 위해 매수를 정지시키는 일이 발생한다. 불난 집에 기름을 뿌린 것과 같이 폭발적인 분노들이 표출되면서 유명인사와 정치권까지 가세하는 사태로 번져갔다.
이들 사건들의 저변에는 공정과 형평성이라는 이슈가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이슈에서 온라인 이용자들이 구조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인식은 이들을 단결하게 만들었다. 온라인 이용자들이 승리를 했는가 여부는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과거와 같은 관행이나 정책이 지속된다면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시대에 이런 갈등이 더욱 빈번하고 강하게 나타날 것은 자명해 보인다.
우선 공급자와 소비자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새로운 미래를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마다 우수한 성능과 특성을 내세우는 공급자들과 다양한 취향과 욕구를 가진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만나 거래를 하는 것이 보편적인 행태였다. 그러나 공급자와 소비자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지위는 동일하지 않았다. 개인 혹은 소규모 단위의 소비자들은 대규모 조직과 자금을 가진 공급자들에 비해 열세다. 이런 이유로 ’소비자원‘이라는 기구를 두어 소비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도록 한 정책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스마트폰을 위시한 첨단기기와 서비스로 연결된 현대의 소비자는 더 이상 과거의 약자들이 아니다. 더구나 이들은 공급자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수동적으로 사용하는 소비자는 더더욱 아니다. 게임 속에서 수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관계를 통해서 콘텐츠의 가치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콘텐츠 소비자라기보다는 플랫폼 참여자라고 보는 편이 적절하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관계, 즉 동업자와 유사한 관계라고 할 것이다. 이익을 공유하지는 못할망정, 동업자를 시장의 수많은 손님 중 한 명처럼 취급하는 것은 공정과 형평성 차원을 넘어 모욕감과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서로 신뢰하고 있다고 믿었던 대상에게 모욕이나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할 때 당한 것을 충분히 되갚을 만한 처절한 복수를 하도록 만든다. 고객이나 동업자를 잃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모두를 패배자로 만드는 최악의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런 파국을 막으려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게임 운영에서 사용자들이 참여하는 옴부즈맨제도와 같은 것을 실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사용자나 소비자가 아닌 플랫폼 참여자들에게 어떤 대우가 적절할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연구와 개발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플랫폼 공급자와 참여자간의 새로운 관계의 규범이 나온다면 전세계 사람들의 표준이 될 수밖에 없다.
모쪼록 이번 트럭시위가 전화위복이 되어 더욱 긴밀하고 신뢰로운 관계 설정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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