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법관에 “언행 늘 돌아봐야”… 시무식선 “외부공격 단호히 대처”
퇴근길 사과 후 5일째 침묵… 추가 해명 사과 계획 아직 없어
2017년 첫 출근길 “제가 대법원장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사법 변화”

‘신뢰’·‘정치적중립’ 강조… 말빚 된 김명수 대법원장 과거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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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정치적 중립’과 ‘독립’, 그리고 ‘신뢰’


‘거짓 해명’과 ‘중립성 위반’으로 안팎에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공개석상에서 한 발언들의 공통된 키워드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줄곧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그리고 신뢰를 강조해왔다.


최근까지도 그는 신임 법관과 법무공무원 등 법원 구성원과 외부를 향해 사법부 독립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수호하기 위해 자신의 역할을 다할 것을 다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김 대법원장의 과거부터 최근까지의 일련의 발언들은 지금 그의 침묵으로 이어지며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달 4일 열린 시무식에서 “사법부의 성과나 노력을 알아 달라고 호소하기 이전에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지난 잘못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성찰”이라며 과거에 대한 반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 그는 “사회 각 영역에서의 갈등이 사건화 돼 법원으로 오는 순간 법관에게는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해야 할 무거운 책무가 주어진다”며 “세간의 주목을 받는 사건처럼 법관이 짊어지는 부담이 적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헌법상의 책무를 이행해야 하는 독립된 법관의 사명감으로 부디 그 무게와 고독을 이겨내 주시기 바란다”고 판사들에게 당부했다.


특히 그는 “저는 대법원장으로서 헌법적 책무를 항시 잊지 않고, 재판 독립을 침해하는 부당한 외부의 공격에 대해서는 의연하고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4일 열린 2020년 하반기 전국법원장회의 정기회의에서 김 대법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재판 결과에 불만을 갖는 사람들이 법관 개인에 대한 공격에 나서는 현상을 우려하며 “갈등과 대립이 첨예한 시기일수록 공정한 재판의 가치는 무겁고, 사법부 독립에 대한 도전이나 위협은 거세지기 마련이다”며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당히 정의를 선언할 수 있는 용기와 사명감을 가지고 의연한 모습으로 재판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저 역시 대법원장으로서 법원과 재판의 독립을 지키고 법관들이 흔들림 없이 오직 재판에 매진해 그 맡은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그는 지난해 10월 20일 신입법관 임명식에서 “법관은 사회의 공적인 가치에 헌신하는 국민의 공복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자신의 언행이 청렴성과 공정성을 손상시키지 않는지 항상 돌아보는 것은 재판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해 9월 11일 법원의 날에는 기념사를 통해 그는 “갈등과 대립이 첨예한 시기일수록 법과 양심에 따른 공정한 재판의 의미는 무겁고 사법부 독립의 가치는 더욱 소중하다”며 “어떤 상황에도 정의가 무엇인지 선언할 수 있는 용기와 사명감이야말로 제아무리 곁가지가 거세게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지금껏 사법부를 지탱해 온 버팀목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충돌하는 가치들 사이에서 법과 양심의 저울로 진지하게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라면 그 어떤 풍파가 몰아쳐도 동요할 리 없다”며 “판결에 대한 합리적 비판을 넘어 근거 없는 비난이나 공격이 있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부동심(不動心)으로 재판에 더욱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5월 29일 법원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신규임용후보자과정 수료식에서 그는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라는 시까지 인용하며 “국민의 신뢰는 재판 결과가 공정하고 분쟁 해결 과정이 납득할 수 있어야 생긴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공감과 경청은 국민 신뢰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며 사법부와 법관에 대한 신뢰를 거듭 강조했다.


취임 직후부터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조했던 김 대법원장은 특히 자신이 사법부 독립을 수호할 수 있는 최적임자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임기 첫 날인 2017년 9월25일 대법원에 첫 출근을 하며 김 대법원장은 “제가 대법원장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사법 변화를 보여준 것”이라며 강도 높은 사법개혁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그는 대법관 제청권 독립성과 관련 “대법관 제청권은 삼권분립에 따라 주어진 것”이라며 “충돌이 있을 때는 반드시 대법원장의 뜻을 관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 등의 의중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던 것.


문재인 대통령 역시 김 대법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그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사법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야말로 법률가로서 평생 꿈꿔왔던 것”이라며 “사법부가 김 대법원장의 취임 그 자체만 가지고도 많이 바뀔 것이라고 본다. 중심을 잘 잡는 역할을 충분히 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해 9월26일 김 대법원장이 취임식에서 가장 강조한 겻 역시 법관의 독립이다. 특히 그는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불거진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문제와 사법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의식한 듯 사법부 내부로부터의 독립을 강조했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국민은 법관이 사법부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로부터도 온전히 독립해 헌법과 법률에 의해 심판하기를 원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법관 개개인의 내부로부터의 독립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제도 개선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4일 퇴근길에서 “이유야 어쨌든 임성근 부장판사와 실망을 드린 모든 분들께 깊은 사과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한 이후 9일 출근길까지 5일째 침묵을 지키고 있다.


침묵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를 향한 비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집단행동이나 실명비판에 소극적이던 판사들도 대법원장의 ‘언행 불일치’가 사법부의 불신과 위기를 키운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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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판사 전용 익명 게시판 ‘이판사판’에는 4일 이후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과 정치적 중립성 침해를 비난하는 판사들의 게시글과 이에 공감하는 댓글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김 대법원장은 추가 해명이나 사과 발표를 계획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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