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도 脫脫…석탄시대, 마침표 찍나
동남아 등 아시아국 석탄화력발전 계획 잇달아 취소
코로나19 경기 불황·프로젝트 재원 압박 영향
한국도 석탄화력발전 투자 축소 움직임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기후변화가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의 뒤를 따라 석탄화력발전을 줄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선진국에 이어 아시아 개도국 사이에서도 석탄화력발전 계획이 잇따라 철회되는 등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29일 환경관련 비정부기구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GEM)의 '남아시아ㆍ동남아시아 석탄 발전소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남아시아와 동남아 국가들이 탈(脫)석탄화력발전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글라데시 에너지부는 22.9GW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을 취소하기로 방향을 잡고 총리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필리핀 에너지부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승인을 중단하기로 방향을 잡아 기존에 세운 9.6GW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계획이 취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베트남 역시 현재 추진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계획의 절반가량을 축소 또는 취소하기로 했다.
내년 초 이 계획이 최종 확정되면 17.1GW의 화력발전소 건설 계획이 축소된다. 인도네시아 에너지부도 내년 사업 계획에 포함된 15GW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 계획을 연기 또는 축소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이 모두 현실화되면 이들 4개국은 이제 25.2GW 정도의 석탄발전 계획만 남게 된다.
◆동남아 석탄발전 80% 감소= 2015년 기준으로 이들 4개국은 125.5GW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갖췄던 것을 고려하면 5년 사이에 사업 규모가 80%가량 줄어든 것이다. 더욱이 취소되지 않은 석탄화력발전소 사업 계획 역시 진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현재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자금 계획이 마련된 사업은 10.1GW 수준이다. 추가적 재무 계획이 서지 않을 경우 사업 규모는 더욱 줄어들 수 있다.
남아시아와 동남아 국가들의 석탄화력발전은 그동안 석탄업계는 물론 환경운동 단체에서도 주목하던 부분이다. 이 지역은 중국에 이어 세계 석탄화력발전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 석탄 관련 환경단체 엔드콜(End Coal)의 전 세계 석탄화력발전 규모를 살펴보면 중국(63.9%)과 인도(11.6%)에 이어 인도네시아(3.8%), 말레이시아(2.6%), 파키스탄(2.7%), 폴란드(2.4%), 남아프리카공화국(2.1%), 필리핀(2%), 일본(1.6%), 베트남(1.6%)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남아시아ㆍ동남아 주요국가의 석탄화력발전 규모만 따져봐도 14.9%에 이른다. 석탄화력발전의 미래가 남아시아나 동남아 국가에 달려 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들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석탄화력발전 계획이 잇달아 취소되는 것은 석탄업계에서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올해 5월 세계경제포럼(WEF)은 석탄화력발전에 의존해온 개도국이 재생에너지로 전환이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WEF는 "재생에너지 관련 기술의 극적인 발전으로 생산 비용이 개선되고, 전력 송전과 저장 기술 향상에도 저소득 국가는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은 물론 기술적 어려움을 안고 있다"고 진단했었다. 개도국 역시 재생에너지 산업의 중요성을 알지만, 기술과 재정적 이유 등으로 석탄화력발전에 한동안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석탄발전 재원도 갈수록 줄어= 하지만 이런 난관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GEM은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석탄화력발전 투자 재원 문제를 지적했다. 과거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는 남아시아와 동남아 일대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의 자금을 지원하는 자금원 역할을 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방글라데시의 경우 2015년 이래로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투입한 520억달러의 절반을 한국 등 3국에서 채웠을 정도다. 하지만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면서, 한국 등 3국이 석탄화력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에 소극적으로 변했다. 투자자들의 우려는 물론 환경단체들의 압박 역시 이 같은 변화를 이끌었다. 이런 이유로 일본의 주요 은행 16개와 싱가포르 대형은행 3곳이 속속 탈석탄화력발전 선언을 했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삼성 계열 금융사들 역시 석탄 관련 투자를 중단하고 보험도 인수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 역시도 석탄발전 관련 투자를 줄여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구멍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수은 자금지원 대상에서 해외 석탄발전은 제외한다는 내용의 관련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GEM은 "관련 법이 통과될지는 불확실하지만, 적어도 한국이 석탄 관련 사업을 유망한 사업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 이들 4개국이 탈석탄화력발전에 나설 수 있는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도 컸다. 산업 생산이 멈추면서 전력 수급 체계를 바꿀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가령 방글라데시의 경우 석탄발전소 건설 반대 시위 과정에서 4명이 목숨을 잃는 등 저항이 극심한 데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이미 완공된 발전소마저 시설을 놀리는 등 전력 수요 사정이 달라지면서 기존 사업 계획을 축소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에는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보조금 문제가 얽혀 있다. 인도네시아로서는 올해 65억달러(약 7조1300억원), 2022년에는 114억달러의 전력 보조금이 든다. 이런 이유로 인도네시아는 보조금 부담이 적은 석탄화력발전 대신 태양광 발전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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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경우에는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 외에도 전력 수요가 너무 빨리 치솟는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느린 속도로 지어지는 화력발전소로는 베트남의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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