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속 비닐하우스에서 30대 캄보디아 여성 숨져‥사인은 '건강악화'
이재명 지사, "농촌 이주 노동자 임시 숙소에 대한 실태 조사 착수"

전국이주노동자결의대회 [사진=문호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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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라영철 기자] 경기도 포천에서 발생한 외국인 여성 근로자의 비닐하우스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주노동자 관련 정책이 뚜렷한 개선도 없이 그때그때 '땜질'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숨진 캄보이디아인 A 씨가 발견된 장소는 비닐하우스 구조물 안에 지은 샌드위치 패널 건물로, 방 3개와 화장실, 샤워실 등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 씨가 지난 19∼20일쯤 숨진 것으로 추정했고, 당시 포천 일동 지역에는 영하 20도에 가까운 한파 특보가 발령됐다.

이 때문에 A 씨가 비닐하우스에서 잠자다 동사했을 것이란 추측도 나왔으나, 국과수 부검 결과 A 씨 사망 원인은 간경화로 파악됐다.


경찰은 "국과수 부검 결과, 1차 구두 소견으로 '사인은 간경화로 인한 합병증으로 보이며, 동사했을 것으로 추정할 만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일 포천시 일동면의 한 숙소용 비닐하우스 안에서 A 씨가 숨져 있는 것을 동료들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 씨는 최근 이 농장에서 채소 재배 등의 일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 씨가 사망하기 전까지 비닐하우스에서 지내왔다는 사실이 동료 근로자들의 진술에 의해 확인되면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는 현장 동료 노동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당일 숙소에 난방 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A와 함께 지냈던 동료 노동자들은 인근 노동자 숙소에서 잠을 잤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에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등 지역 시민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A씨 사망에 대한 진상 규명과 외국인 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 악화로 숨졌다고는 하지만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제대로 된 진료 기회도, 몸을 회복할 공간도 없었기에 문제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비닐하우스뿐만 아니라 농촌 이주 노동자 임시숙소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A 씨 사망 사건 관련 논란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부 정책에 불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발생해 관련 기관에도 불똥이 튈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이주노동자 주거권을 위해 지난해 7월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기숙사 관련 규정을 신설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현장에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앞서 지난 8월 집중 호우로 경기 이천 산양저수지 붕괴사고로 발생한 이재민 가운데 대다수가 '비닐하우스'에 사는 이주노동자로 확인됐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해마다 이주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 30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하고 문제 발견 시 즉각 조치한다"며 "다만 비닐하우스 숙소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면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이주노동자 근로계약 체결·이행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휴게·휴일 보장 방안 마련,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상 표준근로계약서 개정, 건설 현장 임시 주거시설 환경 기준 마련 및 관리·감독 등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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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가 지내던 숙소와 근로 환경 등에 대한 별도의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권익위 권고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땜질식 현장 점검만 하고 주거환경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은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포천=라영철 기자 ktvko258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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