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총장 운명 ‘재판부 분석 문건’·‘절차상 하자’가 가를 듯
내일 오후 2시 집행정지 심문 열려… 늦어도 24일 결론 나올 듯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배경환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의 조기 직무복귀 여부를 결정할 법원의 집행정지 판단은 재판부가 윤 총장의 징계 사유 중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배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와 감찰과 징계위원회 진행 과정의 ‘절차상 하자’를 인정할지에 달려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총장이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에 불복해 낸 징계 처분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 사건 심리를 맡게 된 서울행정법원 제12부(부장판사 홍순욱)는 22일 오후 2시부터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 대한 심문기일을 비공개로 진행한다. 정직 처분의 집행을 정지할지 여부에 대한 결론은 이르면 심문 당일인 22일 오후 늦게, 늦어도 24일에는 나올 전망이다.
윤 총장 측은 주말 동안 윤 총장의 직무 복귀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법정 전략을 세우는데 집중했다. 특히 각 징계 사유별로 반박 논리를 세우는 과정에서 윤 총장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의 특수성… 징계사유 판단도 영향 미칠 듯
집행정지 판단은 행정소송법 제23조 2항에 따라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성’이 존재하는 지가 기본적인 판단 기준이 된다. 반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에는 허용되지 않는다.
즉 재판부는 윤 총장이 정직 처분으로 입게 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할 필요성과 윤 총장에 대한 정직 처분의 효력을 본안 사건 재판 확정 때까지 정지시켰을 때 공익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비교형량해서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된다.
앞서 법원은 이달 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정지 명령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는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윤 총장이 다시 직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앞선 사건과 이번 사건은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
일단 효력 정지의 대상이 각각 추 장관의 직무정지 명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직 처분으로 다르다. 또 앞선 사건에서 집행정지 신청의 대상이 된 처분인 직무정지 명령은 불과 며칠 뒤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징계가 의결돼 집행되면 어차피 더 이상 효력이 유지될 수 없는 처분이었던데 반해 이번 정직 처분은 취소소송을 통해 무효가 되지 않는 한 종국적인 처분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법원의 인용 여부가 가져올 파장 역시 차이가 있다. 다만 해임이나 면직에 비해 ‘2개월 정직’ 처분은 윤 총장이 입는 손해의 정도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약하게 평가될 수 있다.
한편 이번 사건의 경우 효력 정지의 대상이 징계 처분 자체인 데다 본안사건(정직 처분 취소소송)의 결과가 정직기간 2개월이 지나서 나올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특수한 사정이 있는 만큼 재판부는 집행정지 신청 사건을 심리하면서 이번 징계 처분의 근거가 된 구체적 징계 사유들과 징계 처분에 이르는 과정상의 절차적 문제를 같이 따져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징계 사유에 포함된 ‘재판부 정보수집 문건’의 성격이나 윤 총장의 국정감사장에서의 발언 등에 대해 재판부가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가 집행정지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먼저 ‘재판부 분석 문건’의 경우 법무부가 윤 총장의 징계 사유로 삼은 8가지 중 법적인 관점에서 가장 문제 소지가 있다고 평가됐던 사유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브리핑에서 ‘주요사건 재판부에 대한 불법사찰 사실’을 윤 총장의 비위혐의 중 두 번째로 언급했다. 불법사찰은 그 자체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윤 총장 측은 공판부 검사들의 공소유지에 도움을 주기 위해 판사들에 대한 세평과 인터넷 뉴스로 검색되는 정보들을 수집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해왔는데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심의·의결 요지에 따르면 법무부는 정작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에서는 ‘불법사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윤 총장 측 주장대로 ‘주요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추 장관이 브리핑 당시 다소 무리하게 ‘불법’, ‘사찰’이라는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해 윤 총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 형성에 이용했다고 볼 여지도 있는 대목이다.
또 법무부는 윤 총장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현 수사정보담당관실)에 이 같은 문건의 작성·배포를 지시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했지만, 관련 지침상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수집·관리할 수 있는 ‘수사 정보’에는 ‘공소유지와 관련된 정보’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정보수집이 위법한지에 대해서는 법원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다만 지난 7일 열린 전국법관회의에서는 이 문제가 정식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이와 관련된 특별한 입장 표명을 내자는 안건들은 모두 부결된 바 있다.
이밖에 나머지 7개 사유 중 징계위는 ▲채널A 사건 감찰방해 ▲채널A 사건 수사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 등 위신손상 등을 징계 사유로 인정했다.
하지만 채널A 사건은 수사팀이 한동훈 검사장을 기소조차 못하면서 추 장관이 힘을 실어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확신했던 ‘검언유착’ 프레임 자체가 무너진 상태라는 점에서 전문수사자문단 설치 등을 주장했던 윤 총장의 행위가 감찰이나 수사 방해로 간주되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또 국정감사 당시 야당 의원의 질의에 윤 총장이 “퇴임 이후 사회와 국민들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고 한 발언 역시 그 자체로 정치에 입문하겠다는 명확한 의사표시로 보긴 어렵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헌법재판소는 1997년 검찰총장이 퇴직일부터 2년간 공직에 취임하거나 정당의 발기인 또는 당원이 될 수 없도록 한 당시 검찰청법 제12조 4항과 5항에 대해 참정권, 공무담임권, 평등권 침해 등을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번에도 ‘절차상 하자’ 인정될지 주목
또 하나 중요한 변수는 재판부가 감찰과 징계위 의결의 절차상 하자를 인정할지다. 윤 총장 측은 22일 심문에서 징계위 절차에 대한 위법성을 적극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윤 총장 측은 집행정지 심판을 위한 증거를 단계별로 모아둔 상태다.
징계위가 시작되기 전에는 법무부의 징계위원 명단 공개 거부, 감찰기록 열람 등사 거부 등을 문제 삼았고 징계위가 시작된 후에는 징계위원에 대한 기피 신청 기각, 예비위원 미충원에 따른 정족수 문제, 최후진술 과정 생략 등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편 법무부 징계위 역시 앞서 법원이 직무정지 명령의 집행정지를 결정하며 절차상 하자를 지적했던 만큼 징계위 과정에서 가능한 윤 총장 측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춰왔다.
결국 재판부가 그럼에도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고 판단할지 판단에 재량의 여지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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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윤 총장의 경우) 정직 기간이 지난 2개월 뒤에도 임기를 이어갈 수 있는 상황으로 법원이 징계위의 판단을 뒤집어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볼지, 이 과정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로 볼지는 앞선 직무정지 당시 법원의 기준을 적용해 예단하기 힘들다”며 “재판부가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검찰총장이라는 특수성까지 감안해 의미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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