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탄소중립 세부 시나리오, 국내 산업 여건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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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최근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을 확정한 정부는 내년 6월까지 2050년 탄소중립 세부 시나리오를 수립한다고 한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2040년께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의 탄소중립 선언 속에서 우리로서도 적극 대응이 불가피할 것이다. 수송 분야에 국한해 본다면 전기동력차시장 활성화와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가 핵심 과제일 것이다. 이와 관련해선 생각할 문제들이 있다.

확실한 것은 미래 자동차시장은 전기동력차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점이다. 세계 자동차 판매 중 전기동력차 비중은 2011년 1.3%에서 지난해 5.7%로 확대 추세다. 일부 기관에 따르면 차량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은 2025년 10%, 2030년 28%, 2040년 58%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에선 전기차 판매가 최근 40% 내외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의 시장 주도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이러한 노력은 우리가 자동차 생산국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이뤄져야 한다. 특히 내연기관차 판매 중지는 신중해야 할 것이다. 자동차 생산국과 그렇지 않은 국가 간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자동차 비생산국인 노르웨이는 2025년, 네덜란드는 2030년으로 선언한 반면 자동차 생산국인 일본은 2050년, 그것도 일본이 경쟁력이 있는 하이브리드차의 경우엔 그 후에도 판매를 허용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주정부가 2035년을 제시했을 뿐이며 독일의 경우엔 상원이 2030년을 제시했으나 하원에서 4년 이상 계류 중이다. 중국은 2035년을 제시했지만 이도 전기동력차시장을 주도한다는 산업 전략 차원의 판단이다.

전기차시장 활성화도 규제보다는 인센티브 위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정부는 올해 저ㆍ무공해차 보급 목표제를 도입했다. 기업들은 2022년부터 기업별 보급 목표 미달성 시 매출액 대비 최대 100분의 1의 금액을 기여금 형태로 부담해야 한다. 이 제도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와 중국을 제외하곤 어느 나라도 도입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규제 도입이 전기차 판매 확대를 담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차량 판매는 차량 가격, 충전 인프라, 충전 시간과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등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팔리지 않으면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 중국의 경우 무공해차 의무판매제를 시행하는 대신 친환경차 보조금 규모를 줄였더니 차량 판매가 2018년 대비 지난해 하반기 30% 이상 감소세를 보였다. 규제보다는 보조금, 충전 인프라 등 인센티브가 저·무공해차 보급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우리 자동차 부품기업들의 전기동력차 시대로의 전환을 위한 준비 상태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자동차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 부품업체 중 약 40%만이 전기동력차 부품을 개발하거나 생산하고 이를 위한 자금은 대부분 내부 자금으로 확보하고 있다. 이들 업체 중 전기동력차 부문에서 흑자를 달성하는 기업은 17%에 불과하다. 부품 개발과 생산에 소요되는 기간은 약 6년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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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전기동력차시장 활성화를 너무 서두르는 정책은 우리 자동차산업 생태계를 약화시키고 수입 업체만 키워줄 우려가 있다. 올해 11월까지 국내 전기동력차시장은 급성장했는데, 이는 테슬라와 중국 전기버스 등 수입차의 시장점유율 확대에 기인한 바가 크다. 국내 전체 차량 판매 중 수입산 비중은 약 16%이나 전기동력차의 경우 수입산 시장점유율이 5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국내 부품산업의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전기동력차시장 정책은 국내 산업을 약화시키고 수입 확대만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탄소중립 세부 시나리오 수립이나 관련 정책 입안 시 유의해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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