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을 품은 충청과 TK, 제15대 총선 제3당 돌풍…TK 맹주 꿈꿨지만 제16대 총선 때 당세 꺾여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편집자주‘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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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에서 ‘제3당 돌풍’의 원조를 논한다면 1996년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을 빼놓을 수 없다. 2016년 국민의당 선전도 한국 정치사에 기억될 결과물이지만 1996년 제15대 총선은 그 이상이다.


당시 자민련이 전국정당 문턱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자민련하면 고(故) 김종필(JP)전 총재를 떠올리기 쉽다. JP는 충청권을 기반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했다.

하지만 15대 총선만 놓고 본다면 자민련은 충청에서만 선전한 정당이라고 보기 어렵고 사실상 전국정당에 가깝다.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대부분의 지역구 의석을 호남(광주, 전남, 전북)에서 확보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은 전체 253개 지역구 의석 중 121석을 확보했고, 새정치국민회의는 66석을 확보했다. 자민련은 지역구에서만 41석을 확보하면서 원내 제3당의 기반을 다졌다.

새정치국민회의는 부산, 대구, 대전, 강원, 충북, 충남, 경북, 경남, 제주 등의 지역에서 지역구 의석을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자민련은 충청은 물론이고 대구, 경기, 강원, 경북 등 전국적으로 지역구 의석을 얻었다.


자민련은 충청의 지지를 토대로 성장했지만 정치권을 깜짝 놀라게 한 지역은 따로 있었다. 바로 ‘대구’였다. 당시 대구 지역구 13석 중 자민련은 8석을 싹쓸이했다. TK(대구·경북) 맹주로 인식되던 신한국당이 아니라 JP의 자민련이 대구에서 돌풍을 일으킨 이유는 무엇일까.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이 고전(?)한 결과와 관련이 있다. 신한국당은 지역구 의석의 절반 가까이를 확보하며 원내 1당을 차지했지만 과반 의석 달성에는 실패했다. 부산, 경남에서 압승을 거둔 것과 달리 TK 성적표가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자민련은 충청과 TK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던 정당이었다.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정치 노선과 견해를 달리하던 세력이 자민련을 중심으로 정계 개편의 불씨를 타오르게 했다.


[정치, 그날엔…] 1996년 자민련 바람몰이, 4년 만에 찻잔 속 태풍으로  원본보기 아이콘


신한국당은 YS의 민주계가 주축이 되고 자민련은 충청과 TK가 연합하는 형태로 ‘보수 정치’의 구도가 짜여졌다. 15대 총선에서는 TK 거물인 박준규, 김복동, 박철언 후보가 자민련 간판을 달고 출마해 당선됐다.


1996년 총선의 자민련 돌풍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4년 뒤 치른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자민련은 지역구 의석이 12석으로 줄어들었다. 4년 새 자민련의 당세가 급격히 위축된 것은 1997년 대통령선거와 무관하지 않다. 김대중·김종필·박태준 등 한국 정치의 거물 3인방은 ‘D·J·P’ 연합을 결성하며 한나라당에 맞섰고 1997년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정치 노선도 삶의 이력도 달랐던 이들의 동행은 한계를 드러냈다. 자민련은 1996년 총선에서 보수정치의 다크호스로 등장했지만 2000년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위세에 눌려 당의 존립기반이 흔들렸다.


보수정치의 맹주를 꿈꾸기에는 한나라당의 벽이 높았고, 민주당 쪽과는 처음부터 가는 길이 달랐다. 결국 자민련은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4개 지역구 의석을 배출하는데 그치면서 사실상 소멸의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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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련은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의 흥망성쇠를 보여줬다. 특정 지역 기반 정당도 전국 정당의 꿈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지만 정치 변화에 대한 능동적 대응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경쟁력 확장에 실패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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