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교 장학금을 학부 운영비로 쓴 사립대교수들 1심 무죄
법원 "오랜 관행, 책임 못 물어"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대학원생 조교들의 장학금을 학부 운영비로 사용하다 재판에 넘겨진 사립대학교 교수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법원은 이들이 편법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관례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배성중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모 교수와 조모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교수는 서울의 한 시립대에서 학부장을 맡던 2012년, 소속 대학원생들을 '교육조교'라고 허위로 선발한 뒤 이들에게 지급된 장학금을 돌려받아 학부 운영경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 결과, 이 교수는 이 같은 방식으로 2년 동안 40차례에 걸쳐 모두 2억4500여만원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시기 학부장을 맡은 조 교수 역시 동일한 방법으로 2015년3월부터 1년 반동안 2억원을 받아낸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 같은 공소사실이 '범죄의 증명이 없음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 근거로 해당 학교의 오랜 관행을 들었다. 이 학교 학부는 2000년 초반부터 교육조교들에게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이중 10%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환수해 학부장 등 명의의 계좌에 입금해 관리해왔다. 여기에는 학부 규모에 비해 배정된 조교의 수가 너무 적어 실질적으로 조교 역할을 할 대학원생을 더 선발했어야 하는 사정이 있었다고 한다. 학부는 추가로 선임된 조교 인건비를 지급하기 위해 교육조교들의 장학금을 거둬 추가 선발 조교들에게 분배하고, 일부 금액은 학부 운영비로 사용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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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런 관행은 배정된 조교만으로는 실질적인 수업 보조가 불가능한 학부의 현실과 조교 역할을 담당한 대학원생들에게도 인건비가 지급돼야 하는 사정이 종합돼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사정은 학교법인에서도 충분히 알았던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들에게 사기죄까지 묻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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