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직무 따라 급여 나뉘는 직무급제 도입 초읽기(종합)
주택금융공사, 연구용역 결과 연내 도출
결과 토대로 노사 협의 진행할 듯
노조 설득이 관건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주택금융공사가 이르면 내년 직무급제를 금융공기업 최초로 도입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직무급제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이었지만 노조의 강한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는 지난 8월 '직무중심 보수체계(직무급제) 개선 제안요청서' 라는 제목으로 외부 연구기관에 연구용역을 맡기고 올해 안으로 나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이 최근 노사 간 대화에서 직무급제 도입 선제 조건을 '충분한 준비'로 제시한 만큼 올해 안에 용역 결과가 나오면 내년 초 노사 간 협의 진행 과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직무급제와 관련해 ▲대내외 환경분석 및 보수체계 진단 ▲보수 관련 직원 이해도 및 요구사항 파악 ▲중장기 보수제도 개선과제 발굴 ▲직무분석 및 직무분류체계 정비 등 항목에 대한 컨설팅 작업이 마무리됐다.
이달 안에 ▲직무평가 프로세스 고도화 ▲보수체계 대안 제시 및 영향분석 ▲직원 의견 수렴 및 공감대 형성 작업을 완료한 후 다음달 ▲보수체계 개선 계획 수립 및 이행과제 설정 ▲보수체계 대안의 구체적인 운영방안 등에 대한 연구용역 작업이 끝나면 공사는 이 결과를 토대로 노조 협의를 요청할 예정이다.
직무급제란 근속연수에 따라 업무성과와 관계없이 자동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와 달리 일의 성격ㆍ난이도ㆍ책임 강도에 따라 급여를 차등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공기업 대부분이 채택하고 있는 호봉제는 직원들의 장기근속을 유도해 고용안정 효과가 컸지만 인구고령화로 고임금 장기근속자들이 많아지면서 신규인력 확보가 어려워지고 성과와 보상의 불일치로 업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정환 사장 "충분한 준비 후 도입" 원칙
직무급제 밀어부치는 정부…내년 3월부터 경영평가에 직무급제 도입노력 점수로 반영
공사는 정부가 직무급제 도입을 밀어부치고 있는 것에 대비해 연구용역을 맡겼으며 철저하게 평가를 진행한 후 충분한 노사간 합의 과정을 거쳐 결론을 내겠다는 설명이다. 노조도 직무급제 도입을 원칙적으로 반대하기 보다는 연구용역 결과를 보고 제시안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내부적으로 연구용역 결과에서 수용성이 있으면 검토해 볼만하다는 의견도 나오는 만큼 노사 합의 가능성도 열려있는 상황이다.
직무급제는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대표적인 노동 분야 대선 공약이다. 공기업의 방만한 조직운영과 생산성 저하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로 판단하고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정부가 내년 3월부터 경영평가 때 직무급제를 도입하지 않은 공공기관에 불이익을 주기로 하면서 공기업의 직무급제 도입이 임박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기획재정부의 기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보수제도 항목의 점수는 직무급제 도입노력, 예산편성지침 등 보수규정 준수, 임금피크제 운영 성과 등 3개 항목이 통합돼 3점으로 평가됐지만 최근 수정된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에 따라 내년 3월부터는 직무급제 도입 노력이 2점으로 분리되고 나머지 2개 항목이 통합 1.5점으로 조정된다.
예금보험공사, 연구용역 마쳤으나 노사 협의과정서 불발
직무급제 도입을 시간문제라고 여기고 있는 각 공기업들은 직무급제가 과거 잡음이 많았던 성과연봉제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보고 있는 노조를 설득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노조는 충분한 인건비 예산 증액이 수반되지 않는한 직무급제 도입이 특정계층의 급여삭감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로인해 공공기관 336곳 가운데 현재 직무급제 도입 비율은 1%가 채 안된다. 예금보험공사는 일찌감치 직무급제 도입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해 올해 상반기 결과를 받고 이를 토대로 노조측과 관련 논의를 진행했지만, 반대가 심해 직무급제 도입 추진이 멈춰있는 단계다. 이미 호봉제에서 성과연봉제로 보수체계 전환이 이뤄진 상황에서 또 다시 직무급제에 맞춰 보수체계를 조정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직원들이 많아 노사 간 협의에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보수체계에서 직무급을 25%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는 신용보증기금은 2018년 하반기 직무분석 연구용역 의뢰 후 지난해 연구용역 결과를 받고 세분화된 조직 특성에 맞게 직무급의 체계적인 분류와 적용을 위한 단계적 제도 반영 과정에 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지금부터 주가 2배 이상 뛴다" 데이터센터 지을때...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밀어부치고 있어 공기업 직무급제 도입이 임박했지만, 아직 충분한 도입 준비가 됐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지는 사람들이 많다"며 "공기업 가운데 충분한 준비를 거쳐 도입 성공한 사례가 확인되면 다른 곳들도 진행작업이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