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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같은 빌라" 전셋값 잡을까…시장에선 "어불성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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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같은 빌라'에 '어불성설' 비난
커뮤니티, 경비 없고 주차도 열악
"누가 돈 있으면 빌라 살겠나"
층간소음, 하자…분쟁해결 쉽지않아

"아파트 같은 빌라" 전셋값 잡을까…시장에선 "어불성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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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사람들이 빌라보다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는 주거 환경 때문입니다. 누구나 좀 더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편하게 살고 싶은 마음일텐데, 내부만 그럴 듯하다고 아파트와 차이가 없다는게 말이 되나요."


정부가 앞으로 2년 동안 공급이 부족한 아파트 대신 '빌라'를 전세난 해결책으로 꺼내들었지만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 빌라는 건축법상 연립ㆍ다세대 등을 통칭하는 표현으로, 아파트 외의 공동주택을 의미한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인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주말을 전후해 연이어 서울 빌라 매입임대주택을 찾았다. 정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서민ㆍ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 중 공급물량 비중이 가장 큰 매입임대주택의 장점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이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다세대주택의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이면 아이돌봄시설이나 피트니트센터 등을 짓는다"며 "폐쇄회로(CC)TV 등을 설치해 보안 문제를 해결하고 품질도 높였다"고 말했다. 변 사장도 "300세대 정도 되면 아파트와 차이날 것이 없다"며 "매입임대주택은 취약계층이나 못사는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 모여 사는 공동체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규모와 인프라시설 등을 고려하면 아파트와 빌라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아시아경제가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한 대단지 R아파트와 A빌라를 비교한 결과 이같은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걸어서 3분 거리의 두 주택은 모두 지하철5호선 역세권으로 입지와 면적(전용 60㎡)이 비슷하다. 준공시기 역시 아파트는 지난해, 빌라는 올해로 차이가 없다.

문제는 주거여건이다. R아파트는 1900가구가 넘는 대단지로 외부와 분리된 단지 내에 공원, 커뮤니티시설, 공동경비 등 다양한 입주자 전용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반면 A빌라는 이면도로에 곧바로 노출되는데다 주민편의시설은 전무하다. 주차장 역시 R아파트는 지하에 위치한데다 가구당 1.2대로 넉넉하다.


반면 A빌라는 가구당 1대꼴인데다 그마저 1대당 면적도 법정 최소한도에 불과하다. 이렇다보니 비슷한 면적임에도 R아파트의 전세가는 7억원선 안팎으로 3억5000만원인 A빌라의 두배다. R아파트는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된 진선미 의원이 거주하는 단지다. 이 지역 B공인 관계자는 "돈이 부족하기 때문에 빌라에 세들어 살 뿐, 누가 아파트 대신 빌라를 원하겠느냐"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연립ㆍ다세대주택도 내부는 아파트와 비슷하게 짓는게 가능하겠지만 별도로 커뮤니티시설 등을 갖출 여지는 거의 없다"며 "주차장도 법정 최소한도만 갖춘게 대부분이고 관리비는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그만큼 경비, 청소 등이 열악하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시장에서 지목하는 전세난의 원인은 아파트이지 빌라가 아니다"며 "대책의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부지가 부족한 서울에서 300가구 규모의 빌라 대단지를 조성한 뒤 아파트 수준의 커뮤니티 시설을 넣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는 분석이 많다. 빌라를 대규모 단지로 짓는다고 해도 물량이 제한적이거나 외곽에 위치하는 등 입지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이번 대책이 2023년 아파트 공급이 확대되기 전 한시적 정책인 것을 고려하면 큰 효과를 내기도 쉽지 않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빌라 공급에 집중한 이번 대책을 두고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 빌라 세입자는 "대부분 개인사업자가 짓는 빌라는 건축단가가 낮아 품질하자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분쟁이 심하다"며 "아파트 관리사무소처럼 분쟁 해결 기관도 마땅치 않기 때문에 빌라를 살아 본 사람은 아파트만 찾는다"고 말했다.


다른 빌라 세입자도 "단지형으로 깨끗하게 관리되는 빌라도 있지만 대부분은 주차가 힘들고 옆집 휴대폰 진동소리가 들릴 정도로 층ㆍ호간 소음도 심한 편"이라며 "담배냄새와 분리수거, 청소, 커뮤니티시설 등도 단점"이라고 말했다. 10년 가까이 빌라에 살다 아파트로 이주한 한 세입자는 "내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단지와 인프라가 가장 좋다"고 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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