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치료제가 마약으로'…택배 대신 받았다가 7개월 옥살이한 대학생
[아시아경제 최은영 기자] 지인의 부탁으로 한국에서 보낸 의약품을 호주에서 받으려다 마약사범으로 몰려 7개월간 교도소에 구금됐던 대학생이 발송인에게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21일 대구지법 민사13단독 김성수 부장판사는 대학생 A 씨가 B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B 씨는 4800여만 원을 배상하라"라는 내용의 원고승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A 씨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도중 같은 한국인인 C 씨를 알게 돼 친분이 생겼다. 이후 먼저 귀국한 C 씨는 이듬해 A 씨에게 한국에서 호주로 가는 택배를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A 씨가 합법적인 물건이냐고 묻자, C 씨는 "식약청에서 인정받은 비타민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부탁을 받은 A 씨는 2018년 1월 물건을 받으러 호주의 공항에 갔다가 현지 공항경찰대에 붙잡혔다. 마약 성분이 있는 약품을 수입하려 한 혐의였다.
A 씨가 받은 물건은 국내에서는 비염 치료제로 쓰이는 일반 약품이었지만 호주에서는 마약 물질이 함유됐다는 이유로 엄격하게 통제하는 약품이었다. 한국에서는 의사 처방전 없이 동네 약국에서 살 수 있는 비염 치료제일 뿐이지만, 호주에서는 불법적인 약품으로 통제되는 대상이었던 것이다.
A 씨는 불법적인 약품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지방법원 치안판사가 발부한 구금 영장으로 현지 교도소에 구금됐다.
이후 A 씨는 호주 대사관에 지원요청을 했고,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사태 해결을 호소한 끝에 구금 7개월 만에 불기소 처분을 받아 귀국할 수 있었다.
C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던 A 씨는 택배 발송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사람이 B 씨인 것을 알게 됐고 그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김성수 부장판사는 "A 씨가 이 사건으로 정신적 고통을 입은 것이 명백해 피고는 위자료(3000만 원)를 포함해 모두 4800여만 원을 금전적으로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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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을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이기호 변호사는 "의약품과 관련한 법제는 나라마다 달라 예기치 못한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며 "내용물이 확인 안 될 때는 선의라도 대신 받는 것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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