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보도…"처음 제안했는지 여부는 불투명"
체제공고화 의도 명확히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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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역대 최대 규모로 주목을 끌었던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를 중단시킨 장본인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갑작스러운 IPO 중단 배경에 대해 마 전 회장이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중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해당 사실이 확인된 것은 물론이고 시 주석이 직접 지시를 내렸다는 전언이 나온건 이번이 처음이다.


12일(현지시간) WSJ는 중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앤트그룹의 지분 50.5%를 보유해 최대주주인 마 전 회장이 중국 금융당국을 비판하자, 시 주석이 IPO를 중단시키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시 주석은 마 전 회장의 연설문을 접한 뒤 격분해 금융당국에 조사를 지시했는데, 사실상 앤트그룹의 IPO를 중단시키라는 내용이었다. 다만 이 신문은 "IPO 중단을 처음 제안한 이가 시 주석인지 아니면 다른 당국자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앤트그룹은 당초 지난 5일 상하이와 홍콩거래소를 통해 16억7000만 주의 주식을 상장해 318억달러(35조41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이번 IPO는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바이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세웠던 역대 최대 IPO 기록(294억 달러)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IPO 이틀 전인 지난 3일 상장 일정 중단 사실을 발표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공식적으로는 상장 연기지만 다음 일정에 대한 언급이 없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마 전 회장은 지난달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한 금융포럼에서 중국 금융당국을 작심하고 비판했었다. 마 전 회장은 "중국 금융 시스템의 경우 시스템이라는 게 없다 보니, 시스템 위기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각종 규제를 둬왔던 중국 금융 당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이어 그는 "(중국 금융당국이) 리스크에만 집중하다 보니 발전을 간과하게 된다"면서 "(금융당국의) 전당포식 사고방식이 기업인들에 해를 미치고 있다"고 질타했다.

중국 금융당국은 마 전 회장의 발언에 대노했다. 그동안 중국 금융당국은 금융위기를 막는다는 목표 아래 규제정책을 폈는데, 이런 정책 방향을 반박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이후 마 전 회장은 금융당국에 불려가야 했다.


시 주석 입장에서는 마 전 회장의 이런 발언은 중국 공산당의 지도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시 주석이 앤트그룹 상장에 직접 관여했다는 것은 체제 공고화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2012년 집권한 시 주석은 중국 정부나 군부에 부정부패 척결을 외친 데 이어, 다롄그룹과 안방그룹 등에도 칼날을 겨눴다. 중국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시 주석은 부자 리스트에 누가 포함됐는지는 관심이 없지만, 이들이 부자가 된 뒤에 무엇을 하는지, 국가의 이익과 자신이 이익을 조절하는지 등에는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개인이 부를 거머쥘수는 있어도 체제에 대한 도전은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보다 구조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중국 금융당국은 금융혁신을 이끌면서도, 통제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모순적인 역할을 주문받았다. 이런 측면에서 앤트그룹은 중국 금융 혁신의 총아인 동시에, 금융당국으로서는 통제력을 유지하기 여려운 숙제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2017년 류허 부총리를 중심으로 중국 금융 관련 규제 기관을 조율할 금융안정개발위원회(FSDC)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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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 충국 총괄 책임자를 맡았던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앤트그룹과 중국 정부는 복잡한 관계였다"면서 "앤트그룹의 경우 영향력이 너무 커서 개별 정부 기관에서는 고삐를 잡을 수 없었는데, 마 전 회장의 연설을 계기로 중국 정부가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봤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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