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개천용' 배성우가 그린 기자, 새롭다 특별하다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배성우가 기자가 됐다. 어쩐지 다르다. 새롭다.
그동안 미디어에서 그려져 온 기자는 맹목적으로 정의롭거나 이유 없이 악랄한 모습으로 일반화되곤 했다. 설득은 생략되고 판타지 범벅인 탓에 현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일까. 연기하는 배우도 수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극에서 흑 아니면 백으로 치장되는 기자의 역할을 표현해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 영화, 드라마 할 것 없이 말이다.
SBS 금토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은 다르다. 엄밀히 말하면 그 안에서 기자로 분하는 배성우의 연기가 다르다. 10월30일 첫 방송돼 단 4회 만에 시청자를 사로잡은 것.
'날아라 개천용'은 박준영 변호사와 박상규 기자가 함께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집필한 '지연된 정의'를 토대로 탄생했다. '지연된 정의'는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며 사법 역사를 다시 썼다고 일컬어지는 ‘재심 3부작’ 프로젝트를 다뤘다. 이를 취재 및 보도하고 재판 승소까지 이뤄낸 모든 과정을 담았다.
이는 드라마로 세상에 나왔다. 박상규 작가가 소설에 이어 '날아라 개천용' 집필까지 도맡았다. 박준영 변호사와 박 작가가 치열하게 싸워나갔던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삼정시 3인조 사건’과 ‘정명희 친부 폭행치사 사건’이 드라마로 각색됐다. 당사자의 각색에 말맛은 살아났다.
권상우가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고군분투하는 국선변호사 박태용으로, 배성우가 생계형 기자 박삼수 역으로 각각 분한다. 드라마에는 무시당하고 소외되었던 사람들이 대거 등장하고, 두 사람이 그들의 편에 선다.
언제부터 왜, 정의에 맞서는 사람한테 무모하다고 표현하게 됐을까. 뒤를 봐줄 '빽' 없는 사람에겐 정의마저 사치가 된 세상에서 개천에서 난 용인 기자와 변호사가 진실을 위해 끝까지 싸운다. 억울한 사연에 그 누구 하나 귀 기울이지 않는 현실. 과거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한다. 이는 곧 판타지이자, 현실이기에 퍽 매력적이다.
배성우의 연기는 특별하다. 너무도 일상적이고, 적나라하다. 자신이 느끼는 부족함, 가난, 결핍, 수치심, 분노, 정의감, 치욕 등 다양한 감정을 솔직하게 받아들인다. 치장하지 않는데, 이는 안방까지 고스란히 전달된다.
스스로 기자라는 프레임을 씌우지도 않았다. 배성우는 박삼수 기자 그 자체이자, 박삼수라는 인간으로 우뚝 섰다. 박삼수가 특별한 건, 맹목적 정의감에 불타는 변호사 옆에서 인간적인 원초적 감정에 동요하면서도 신념을 지켜가는 모습이 균형 있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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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무대에서 쌓은 공력도 빛을 낸다. 권상우와 기막힌 연기 호흡을 자랑한다. 자유자재로 주고받는 감정을 바라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연기 귀신들이 안방에 날아오른 '날아라 개천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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