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태움' 희생 故서지윤 간호사도 산재 인정
'태움'으로 불리는 간호사들 사이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통받다 극단적 선택을 했던 고 서지윤 간호사의 사망이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인권·시민사회 단체들은 이날 공단의 이번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서울시와 서울의료원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간호사들이 고통을 겪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이행하고 고인을 예우하라"고 촉구했다.
서 간호사의 사망 소식은 2018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투신한 고 박 간호사의 산업재해 판정이 나오기 두 달 전에 전해졌다.
근로복지공단 "서지윤 간호사, 업무상 질병 인정"
유족·시민단체 "재발 방지 위한 권고 이행해야"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故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서울질병판정위원회 앞에서 서 간호사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봉주 기자] '태움'으로 불리는 간호사들 사이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통받다 극단적 선택을 했던 고(故) 서지윤 간호사의 사망이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유족들이 산재 신청을 한 지 6개월 만이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산업재해 판정이 난 건 지난 2018년 2월 태움으로 투신한 고 박선욱 간호사에 이어 두 번째다.
근로복지공단 "서지윤 간호사, 업무상 질병 인정"
근로복지공단은 서 간호사의 유족이 제출한 산재 신청에 대한 심의를 거쳐 업무상 질병(산업재해)으로 인정했다고 9일 밝혔다.
앞서 서울의료원에서 7년째 근무하던 서 간호사는 지난해 1월4일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이에 직장 내 괴롭힘이 사망의 배경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후 의료업계 내의 괴롭힘, 이른바 '태움' 문제의 심각성이 다시 공론화됐다.
이와 관련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심의회의를 개최해 유족과 대리인의 진술을 청취했다.
질병판정위원회는 "(서 간호사가) 업무 및 직장 내 상황과 관련해 정신적 고통을 겪었음이 인정되고,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됨에 따라 정상적인 인식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서 간호사의 사망이 업무와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故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서울질병판정위원회 앞에서 서 간호사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인권·시민단체 "재발 방지 대책 이행하라"
다만 현장에서는 아직도 태움 문화가 여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간호사들은 "인력 부족 등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병원 내 괴롭힘은 사라질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인권·시민사회 단체들은 이날 공단의 이번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서울시와 서울의료원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간호사들이 고통을 겪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이행하고 고인을 예우하라"고 촉구했다.
故 서지윤 간호사 유서엔 "병원 사람들 조문 받고 싶지 않다"
서 간호사의 사망 소식은 2018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투신한 고 박 간호사의 산업재해 판정이 나오기 두 달 전에 전해졌다. 이는 당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있던 우리 사회에 또다시 파문을 일으켰다.
서 간호사는 지난해 1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가족들에게 "무서운 분위기 때문에 일을 못 하겠다" 너무나 외롭고 서럽다", "커피 타다가 혼났다"는 등의 메세지를 보냈다. 서씨는 유서에 "병원 사람들의 조문을 받고 싶지 않다"고 적었다고 한다.
서 간호사의 유족과 노조의 추천으로 구성된 진상대책조사위는 서 간호사가 근무했던 서울의료원에 대한 조사를 벌였고, 이들은 지난해 9월 '서 간호사의 죽음은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것이 맞다'고 결론내렸다.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고(故)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5월7일 서울 중랑구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지사 앞에서 '서 간호사 산업재해 신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태움'…'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
진상대책위의 활동 보고에 따르면, 서 간호사는 2015년 7월~2018년 12월16일까지 업무강도가 가장 높은 팀에서 순환배치 없이 근무해 왔다. 서 간호사의 2018년 연간 총 근무일은 217일로 동기 19명의 평균(212일)보다 많았고, 야간 근무일 또한 83일로 동기들(76일)보다 많았다.
이에 서 간호사는 잦은 근무표 변경과 불합리한 근무일정, 야간근무 문제로 부서이동이나 사직을 호소해왔다. 서씨는 지인에게 야간근무에 대한 괴로움을 토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서 간호사는 20년차 이상의 베테랑 간호사들이 담당하는 '당일병동'으로 파견을 나가기도 했다. 대책위는 일부 직원이 고인에게 모욕적 언행을 했다는 정황도 파악했다.
진상대책위 "상식적인 결정…노동조건 개선 이행하라"
공단의 이번 결정에 대책위는 '상식적인 결정'이라고 환영하면서도 "이번 결정에서 드러났듯이 서 간호사의 죽음은 개인적인 게 아니라 서울의료원 관리자들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이자 평간호사들의 열악한 근무조건에 의한 구조적 죽음"이라며 “서울의료원은 고인의 유족에게 사과하고 간호사 야간전담제 재검토 등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권고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이어 "고인의 명예회복과 유족들의 정신적 충격과 큰 고통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이제라도 추모비 건립 등 고인에 대한 예우와 유족들에 대한 심리지원을 하라"고 밝혔다.
산재 인정 증가…2014년 47건→2019년 231건
한편 지난해 7월 개정법 시행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정신질환이 산재로 인정받게 된 뒤 이에 대한 권리구제도 늘고 있다. 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37건에 불과했던 관련 산재 신청은 지난해 331건으로 늘었다. 산재 인정 또한 2014년 47건에 그쳤지만 지난해는 231건으로 큰 폭 증가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지금부터 주가 2배 이상 뛴다" 데이터센터 지을때...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은 산재·고용보험서비스, 산재의료 서비스, 노동복지 서비스 등 사업을 수행한다. 울산에 본부를 두고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에 6개 지역본부와 56개소의 지사, 직영병원 10개소와 2개 의원 및 인재개발원, 근로복지연구원 등 3개 연구기관, 1개의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