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측 "당헌 개정 꼼수 부리며 권력 재창출 탐욕"
"이같은 행보에 얻허게 신뢰할 수 있나" 울분 토로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지난 7월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피해자와 연대합니다'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사진=문호남 기자 munonam@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지난 7월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피해자와 연대합니다'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사진=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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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열릴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할 방침인 가운데, 이같은 결정을 두고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비위 사건 피해자들이 비판을 쏟아내고 나섰다.


지난 3일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 측은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한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박 전 시장 사건 피해자를 돕는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은 이날 낸 성명서에서 "민주당은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을 '자기모순'을 통해 확보했다"라며 "'윤리신고센터'와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운영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 같은 행보와 함께 발표된 대책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나"라고 토로했다.

민주당이 내세운 '책임 정치' 논리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앞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당헌을 개정해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는 이유로 "후보 공천으로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있는 도리"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은 "'책임정치'란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파악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방지 및 일상복귀를 위한 노력을 최우선하는 것"이라며 "지금 민주당 작태는 어떤가? 공당으로서 근본적 성찰 및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기는 커녕, 당헌을 개정하는 꼼수까지 부리면서 권력 재창출을 위한 탐욕을 부리는 게 '공당의 도리'인가"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 사진=연합뉴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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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5일에는 오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 A 씨 측은 "오거돈 사건이 집단 학습 기회이면 나는 학습 교재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A 씨 발언은 이날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내년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총 838억원의 예산이 드는 것에 대해 "국민 전체가 성인지에 대한 집단 학습을 할 기회가 역으로 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A 씨는 오거돈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를 통해 "내가 어떻게 사는지 티끌만 한 관심이라도 있다면 저따위 말은 절대 못 한다"며 "여성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내 인생을 수단 취급할 수 있나. 저 소리 듣고 오늘 또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너무 충격 받고 역겨워 먹은 음식을 다 게워내기까지 했다. 내 앞에서도 저렇게 말을 할 수 있을지 진심으로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국난극복 K-뉴딜위원회 경제본부 간담회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소상공인의 날을 맞아 열린 이번 간담회에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성윤모 산업부 장관 등 관련 장관들과 김경배 한국지역경제살리기 회장, 하현수 전국상인연합회 회장 등 주요 소상공인 연합회장들이 참석했다./윤동주 기자 doso7@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국난극복 K-뉴딜위원회 경제본부 간담회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소상공인의 날을 맞아 열린 이번 간담회에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성윤모 산업부 장관 등 관련 장관들과 김경배 한국지역경제살리기 회장, 하현수 전국상인연합회 회장 등 주요 소상공인 연합회장들이 참석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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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민주당은 지난 2일 당헌을 개정,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30일부터 31일까지 이틀간 전체 권리 당원 80만3959명 중 21만1804명(26.35%)이 참여한 투표에서 86.64%가 당헌 개정, 보궐선거 공천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지난 2015년 만들어진 민주당 당헌 제96조제2항에 따르면,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가 열릴 경우, 해당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당헌에 명시된 '중대한 잘못'을 성비위로 확장하면, 민주당은 당헌에 따라 내년 보궐선거에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낼 수 없다.


이에 대해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9일 의원총회에서 당헌을 개정해 공천 후보를 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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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 대표는 "당 안팎의 의견을 오래 들은 결과,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은 아니며 오히려 공천으로 심판을 받는 게 책임 있는 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순수한 의도와 달리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은 유권자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지적도 들었다"라고 후보 공천 이유를 설명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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