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말리는 대접전 속 시장 랠리…테이블서 '증세·규제' 치워졌다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커진 불확실성에도, 피말리는 대접전에도 시장은 랠리를 이어갔다. 미국 선거에서 민주당이 백악관과 행정부를 모두 장악하는 '블루웨이브' 카드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투자자금은 기술주와 국채로 쏠렸다. 경기부양책 규모가 축소되는 반면, 우려했던 증세·규제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판단이다. 블루웨이브 시 예상됐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며 미국 국채 금리와 은행주는 급락했다. 금 선물은 4영업일만에 반락했다.
◆'블루웨이브' 무산되자 기술주 급등
대선 다음날인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페이스북(8.3%), 아마존(6.3%), 구글 모회사 알파벳(6.0%) 등 IT공룡들이 견인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의 상승폭은 3.85%.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1.34%)와 S&P500지수(2.20%)도 랠리를 나타냈다.
이 같은 기술주 급등은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하며 블루웨이브 카드가 대선 시나리오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IT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행하기 어려운 구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그간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이어온 IT공룡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도 재확인된다. 경제매체 CNBC는 "올 들어 시장이 출렁일때마다 IT공룡들이 '피난처'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주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공화당이 상원 과반수를 유지할 것으로 확실시되며 국채 매수세도 확대됐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2.5bp(1bp=0.01%포인트) 떨어진 0.773%에서 거래됐다. 10년물 금리는 전날까지만해도 블루웨이브 시 민주당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되며 지난 6월 이후 최고치인 0.9%선까지 치솟은 상태였다.
시타델증권의 미 국채 트레이딩을 담당하는 마이클 드 패스는 "전날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민주당 압승을 70% 확률로 보고 있었는데, 예상이 빗나가며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정책 금리에 민감한 2년물은 물론, 30년물도 줄줄이 떨어졌다.
국채 금리 하락속에 주요 은행들의 주가도 3~5% 급락세를 보였다. 일부 지방은행의 경우 10%에 가까운 폭락세를 보였다. 금 선물은 4영업일만에 반락했다. 매도세가 강해지며 12월물 기준으로 전날대비 0.7% 낮은 온스당 1896.2달러에 거래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3.96% 오른 39.15달러에 움직였다.
◆'딥퍼플' 택한 투자자…"증세, 테이블서 치워져" 분석도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블루웨이브도, 레드웨이브도 아닌 '딥퍼플'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개표 결과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이날 뉴욕증시는 전반적으로 거래량이 줄고 관망세가 강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B) 변동성지수(VIX)는 지난달 말 40을 웃돌다가 선거 전날 37.13, 이날 29.57까지 떨어졌다.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하게 되면 당초 민주당의 공약이었던 증세, IT기업 규제 등은 실행이 어려워진다. 제러미 시겔 와튼스쿨 교수는 "세금인상 카드가 테이블에서 치워졌다"며 "시장에서는 '이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켄터키주에서 재당선된 미치 맥코넬 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연말 전 새 경기부양책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대혼전을 거듭중인 대통령 선거 결과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경기부양책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4~5일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FOMC에서 경기 뒷받침을 위한 움직임이 나오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나온다.
대선 이튿날인 이날 JP모건은 블루웨이브 가능성이 약화되며 이에 따른 부양책 수혜를 누릴 것으로 기대됐던 중남미 지역 통화의 투자 기조를 중립으로 전환했다. 도이체방크는 미국 달러화 약세 시나리오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투표 종료 후 하루가 지나도록 대통령 당선자가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소송전 등 불복 사태가 현실화할 경우 글로벌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피말리는 초접전으로 연방 대법원까지 갔던 2000년 대선 당시, 선거 이후 승자가 가려졌던 12월12일까지 미 증시의 하락폭은 5%에 달했다. 투자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쏠리면서 금값은 4% 치솟았고, 국채 장기물 금리는 급락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장에 미칠 악영향을 인정하면서도 당시 상황이 '재앙'까지는 아니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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