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


최근 경제 3법(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을 원안대로 밀어붙이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여당 의원들이 경제계와의 간담회를 계속하며 기업의 목소리를 들어줄 것처럼 보였으나, 최근 몇 차례의 법안들처럼 거대 여당의 힘으로 원안대로 추진하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발생할 문제점과 리스크를 정부와 국회에 계속 전달하고 언론, 성명서, 토론회 등을 통해 경제단체와 전문가들이 경제 3법에 대한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음에도 전혀 소용이 없다.

깊이 있는 검토와 논의를 무시한 채 빠르게 통과시켰던 법안으로 인해 이해 당사자들이 피해를 입은 사례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불과 3일 만에 통과시켰던 부동산 임대차 3법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정책 도입 의도는 선의로 시작했기에 국민의 지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우리나라만의 환경과 문화, 도입 후 발생할 다양한 문제 등 세밀한 사안들을 반영하지 못하고 개정안 통과 자체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 결과는 참담했고 법 개정의 수혜자가 되어야 할 서민들은 현재 가장 큰 피해를 체감하고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은 정책들이 발표될 때마다 자주 볼 수 있는 문구다. 정책 및 입법 취지는 선의이기에 좋았지만 무심코 지나친 아주 사사로운 곳에서 커다란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경제 3법 도입으로 경제계에서 문제가 될 디테일은 이미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되어 공정경제의 제도적 기반이 대폭 확충될 것을 기대한다는 입법 취지는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중장기적인 정책목표가 불분명하기에 설득력이 부족하다. 또한 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이 일방적으로 맞이하게 될 리스크에 대한 정교한 정책 대안이 전혀 없다.


최근 중견ㆍ중소기업인들은 정부가 몇몇 재벌들을 규제하기 위해 기업 전체에 적용되는 법을 개정하는 것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법률 리스크에 잘 대비하고 있는 대기업보다는 중견ㆍ중소기업들의 피해가 훨씬 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마치 임대차 3법의 입법 취지상 수혜자가 되어야 할 무주택자, 임차인 등이 집값 폭등 및 전월세 대란으로 갈 곳이 없어지게 된 것과 상당히 닮았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새롭게 나온 정책이 아니고 과거에 수년 동안 논의돼 왔던 정책들인 만큼 더 미루면 안 된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지난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사실은 과거 디테일한 검토와 논의 끝에 정책을 도입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경제 3법 이외에도 기업의 역사가 길고 경제 규모가 큰 주요 국가들의 입법례에서조차 볼 수 없는 규제들이 계속 논의되고 있어 글로벌 스탠다드와도 거리가 멀다. 우리 경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 자본시장 전체의 시가총액이 애플사 1개 기업보다도 적고, 상장기업 중 대기업은 9% 정도에 그치는 것이 우리나라 경제 규모의 현실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전 세계 정부가 자국 기업의 정책 지원, 세제 혜택 등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기업정책의 시계만 거꾸로 가는 것에 대해 경제단체의 일원으로서 참담한 마음이다.

AD

경제 3법이 통과되면 수많은 기업인과 노동자들이 피땀 흘려 일구어낸 우리 경제가 규제로 인하여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전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경쟁하게 되고, 투기 세력들의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형편에 놓이게 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정부ㆍ여당에서 경제ㆍ기업 전문가나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듣고, 경제 3법이 가져올 수 있는 디테일한 사안들을 하나하나 검토하여 악마를 찾아낸다면 경제발전을 위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정책 도입으로 역사에 남게 될 것이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