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WTO 수장 나오나..."美 우방 표심 획득이 관건"(종합)
나이지리아 후보보다
인지도 밀리지만
美·中·EU 사이 역할 호소 전략
美·우방 표 획득이 관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최종 결선에 진출한 것으로 알려진 유명희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전 나이지리아 전 재무장관이 지난 7월 15~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류정민 기자]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8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결선에 오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첫 WTO 수장 탄생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유 본부장이 WTO 사무총장에 오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떠오른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유 본부장은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전 재무장관보다 인지도에서 밀리지만 미국·중국·유럽연합(EU) 사이에서 WTO 규범을 적용해 조직을 합리적으로 이끌 역량이 있다는 점을 호소해 역전을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과 미국의 우방인 북미, 호주, 중남미 등의 표를 끌어오는 게 관건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후보 개인에서 각국 정부의 역량 싸움으로 넘어갔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 본부장 개인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투표권을 보유한 다른 정부를 설득하는 물밑 지원이 결실을 봐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의미다.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브라질·러시아 정상 등에 유 본부장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통령이 직접 측면 지원에 나서는 것은 정치적 부담을 감수한 행동이다. 애초 유 본부장은 선거 구도의 측면에서 불리할 것이란 관측이 있었고 일본이 대놓고 반대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부담 요인이었다.
WTO 사무총장은 통상 분쟁 실무에 적극 개입하진 않지만 WTO 조직 전체를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세계의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자유무역을 주창하는 WTO가 1995년 설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게 돼 사무총장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외신에 따르면 두 후보 모두 EU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이 아프리카와 전통적으로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점,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나이지리아인이라는 점 때문에 유 본부장이 유럽 표를 쓸어 담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유럽에 41표(EU 회원국 27개국 포함), 아프리카에 44표가 각각 걸려 있다. 총 164표(163개국+EU)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중국과 일본이 아프리카 지지를 선언한 점도 부담이다.
그러나 유 본부장의 통상 전문성이 최종 라운드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아프리카 후보들은 '특별차등대우조치(SDT)'를 통해 아프리카 농업 보조금 등을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했고, 유 본부장은 미국과 중국, EU 사이에서 'WTO 규범'을 적용해 합리적으로 갈등을 조정할 적임자임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오콘조-이웰라 후보는 SDT 원칙을 통해 보호무역주의하에 선진국-개도국 간의 '포용적인 통상 정책'을 관철하려 하고 유 본부장은 WTO 규범을 바탕으로 미·중 무역전쟁의 현안인 중국 국영기업 및 보조금·기술탈취 문제 등을 WTO 차원에서 해결할 역량이 있다고 어필하는 상황"이라며 "유 본부장이 내세운 명분과 전문성 등이 예상보다 회원국을 설득하는 효과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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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이제부터는 국제 정치에 의한 정치 논리가 표심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동아시아, 미주와 미국의 우방국 등을 중심으로 최대한 표를 확보하고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우세한 유럽, 아프리카 등의 표를 최대한 분산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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