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 기자 실라 코하카가 쓴 책 '블랙 에지'는 20년간 연평균 30%라는 '저 세상' 수익률을 올린 헤지펀드의 제왕 스티븐 코언과 그를 쫓는 연방수사관들에 대한 논픽션이다. 코언의 경이적 수익률에 대해 연방검찰과 연방수사국(FBI), 증권거래위원회는 광범위한 내부자거래 혐의를 두고 '원팀'으로 유례없이 7년간이나 추적했으나 결정적 증거를 잡지 못해 결국 코언에 대한 형사처벌은 불발된다. 그렇지만 코언의 개인회사인 펀드 운용사(SAC Capital Advisors)와 행정 및 형사상 화해를 통해 사상 최대 규모인 총 18억달러의 부당이득을 회수해 최소한의 정의는 실현할 수 있었다.
불행히도 우리 자본시장에서는 불공정거래로 얻은 부당이득을 회수하는 것이 아주 어렵게 돼 있는데, 최근 윤관석 정무위원장이 불공정거래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부당이득을 상당 부분 회수할 수 있게 됐다. 이 개정안은 검찰과 금융위 간 협의 및 당정협의까지 거쳐 소관 상임위원장이 발의한 것이라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가 확실시 돼 향후 불공정거래 규제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개정안의 요지는 범죄로서의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도 금융위가 일정한 조건하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5년 도입된 시장질서교란행위 규제는 비범죄 부당행위에 대해서만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는데 이를 범죄행위로 확대해 금융당국의 역할을 획기적으로 강화한 것이다.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하면서 보다 바람직한 불공정거래 규제를 위해 몇 가지 문제를 짚어본다.
첫째, 부당이득 산정 문제다. 현재 징역과 벌금은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을 기준으로 부과하도록 돼 있어서 법원은 위반행위와 부당이득 간 엄격한 인과관계 증명을 요구한다. 그런데 증권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수 백 가지 요소 중에서 해당 위반행위가 가격에 미친 영향을 발라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이에 따라 많은 사건에서 부당이득이 산정불가로 되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실정이다. 개정안은 이런 논란을 감안해 시장질서교란행위에 대한 과징금 처분과 동일하게 '위반행위와 관련된 거래로 얻은 이익'이라고 표현을 다소 완화했다. 그러나 이제 범죄행위에 대한 본격적 과징금 처분인 만큼 이런 불확실한 표현이 아니라 법률에 구체적인 산정방식을 정하고 이 방식에 법률상 추정 효과를 부여해 과징금 산정의 타당성을 제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협의'라는 단어의 모호성이다. 개정안은 금융위가 검찰에 통보하고 협의가 된 경우에는 수사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금융위 독자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협의라는 말은 '통보'와 '합의' 사이의 아득한 골짜기에서 쉽게 길을 잃을 수 있다. 양 기관 간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할 부분이지만 불필요한 갈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선 구체적인 협의의 수준을 정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금융당국의 전문성과 적법절차 제고 문제다. 지금까지 당국은 불공정거래 조사 후 검찰 고발이나 통보만 할 수 있어서 형벌 대체적 처분은 낯설다. 불공정거래는 공시위반이나 교란행위와는 차원이 다르게 복잡하고, 부당이득도 엄청난 규모인 만큼 당국의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절차적으로 재판에 준하는 엄격한 판단 절차를 갖추는 한편 전문성을 보강해 과학적 조사와 증명으로 처분의 실체적 타당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넷째, 서울남부지검 내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부활 문제다. 개정안의 취지는 제로섬 게임에서 떡을 누구에게 더 줄 것인가가 아니라 자본시장에서 불공정거래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규제할 것인가라는 대의일 것이다. 이제 상당수 불공정거래가 금융위의 과징금으로 제재되니 검찰은 거악의 척결에 주력할 때다. 이를 위해선 검찰 내 금융전문가들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장으로서 합수단을 부활할 필요가 있다. 합수단을 중심으로 거래소와 금감원 등의 전문 역량을 집결하고 금융위와의 유기적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과 같은 '원팀'으로서의 수사드림팀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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