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성 없는데다 예외 수두룩
고무줄 적용에 비판 거세
與 여전히 도입 자체에 의문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장세희 기자]정부가 여당의 반대에 두 차례 연기한 끝에 5일 발표한 '한국형 재정준칙'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게 나오고 있다. 재정준칙 자체가 강제성이 없는 상황에서 이를 지키지 않을 수 있는 예외 규정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또 국가채무비율 한도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60%가 지나치게 느슨해 유명무실한 기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정준칙 세부 내용에 대한 비판과 별개로 여당에선 여전히 재정준칙 도입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라 한국형 재정준칙도 지난 20대 국회 때 자동 폐기된 '재정건전화법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이날 발표한 재정준칙의 골자는 2025년 회계연도부터 국가채무 비율 60%, 통합재정수지 -3%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채무비율이나 수지가 기준치를 넘더라도 다른 지표가 기준치를 밑돌면 충족이 가능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채무비율이 65%로 기준을 초과하더라도 통합재정수지가 -2.77% 이하면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정부는 '경제 위기ㆍ경기 둔화 대응 등 필요한 재정의 역할을 뒷받침하겠다'라는 취지의 보완 장치도 여럿 포함시켰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등 국가적 재난이나 심각한 경제 위기 발생 시엔 준칙 적용을 면제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경기 둔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통합재정수지 기준을 -3%에서 -4%로 1%포인트 완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가적 재난이나 심각한 경제 위기, 경기 둔화의 명확한 기준은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 사실상 '고무줄 적용'이 가능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재정준칙의 의미는 엄정성에 있다"며 "국가채무비율 기준과 통합재정수지 적자 기준을 곱해서 1을 넘지 않으면 된다는 산식은 운영 자체를 복잡하게 해 판단을 피해가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2024년 국가채무비율은 58.6%까지 올라간다"며 "60% 기준은 60%까지는 그냥 돈을 쓰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회에선 여야 모두 정부의 한국형 재정준칙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채무비율 60%는 무책임하다. 45%로 설정하고 반드시 법률로 정하고 내년부터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채무ㆍ수지 준칙은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준칙 유형이라며, 중기계획상 전망 고려 시 국가채무 60%, 통합재정수지 비율 -3% 달성이 결코 느슨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여당에선 재정준칙 도입 자체에 대한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싶다"며 "재정준칙으로 (재정의) 역할이 막히면 이를 복원하는 데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이 들고 세금이 안 걷히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홍근 의원은 "재정준칙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당장 논의한다기보다는 코로나19 시국이 마무리되면 그때 논의를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AD

정부는 11월까지 재정준칙의 근거를 담은 국가개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는 "여당과 전체적으로 조율은 됐지만 일부 의원이 의견을 달리한다"고 설명하면서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자율적으로 준칙을 준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세종 =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