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프런티어]"내가 여성 대표라는 부담감 버려야…이젠 자유로워질 때"
박성희 고용노동부 기조실장은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여성의 일'에 대해 가장 깊게 고민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일 것이다.
자신이 여성을 대표해 이 자리에 있다는 부담감 역시 벗어버려야 할 대상이다.
그는 "여성을 대표한다는 자의식에 늘 좋은 성과를 내고, 어느 자리에도 빠지면 안 되고, 여자라 그렇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참아내는 것을 나 역시 과거에 해봤다"면서 "그보다는 내가 가진 좋은 역량에 집중하고 더 개발시키는 데에 시간을 쏟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성희 고용노동부 기획조정실장
"성공하는 리더십 따로 없어…모든 틀에서 벗어나야"
"일 안하고 못하는 후배, 배우자 설거지 시킨다고 생각해라"
"가장 힘든 시기는 30대…스스로를 더 챙길 줄 알아야"
[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이제는 때가 된 거죠. 모든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가."
박성희 고용노동부 기조실장은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여성의 일'에 대해 가장 깊게 고민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일 것이다. 고용 성차별이나 임금격차를 다루는 주무부처에서 여성으로는 가장 높은 자리에 있어서다. 내년이면 고용부에서 근무한 지 30년. 박 실장은 인터뷰 동안 수차례 '이제는 때가 됐다'고 했다. 여성들이 모든 편견과 정형화로부터, 또 스스로 답이라고 상정했던 틀에서 해방되는 때. 그래서 딱히 이런 말들을 거창한 조언으로 삼지 않아도 되는 바로 그때.
◆'내 방식대로의 리더십' 시대 = 박 실장의 부친은 보건복지부 공무원, 모친은 교사였다. "공무원의 피가 흐른다"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공익적 일에 종사한다는 보람과 직장으로서의 안정감에 끌려 시험을 준비했다는 출발사(史)를 그는 굳이 숨기지 않았다. 30년 가까이 이 자리에 있게 될 것 역시 목표하지도, 예상하지도 못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흐름에 맡겨' 여기까지 왔지만 그런 것치고는 후배들에게 인기가 꽤 많다. 주변의 귀띔대로라면, 업무 전문성은 기본값이고 화통한 성격에 후배들에게 진심으로 도움을 주고자 한다는 게 주변의 귀띔이다. 박 실장은 여성 후배들을 한데 묶어 "우리 이렇게 해서 저기까지 가자!" 외치는 잔다르크 타입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각자의 역량과 스타일에 맞춰 일하는 '내 방식대로의 리더십'을 강조한다.
"대체로 이제까지 여성들은 거칠고 투박한 이른바 남성형 리더십을 답습해 동조하거나, 자애롭게 품는 어머니 같은 리더십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모두 콤플렉스 아닐까요. 이제는 정형화된 틀이 없어요. 내 스타일대로 하는 게 필요합니다."
자신이 여성을 대표해 이 자리에 있다는 부담감 역시 벗어버려야 할 대상이다. 그는 "여성을 대표한다는 자의식에 늘 좋은 성과를 내고, 어느 자리에도 빠지면 안 되고, 여자라 그렇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참아내는 것을 나 역시 과거에 해봤다"면서 "그보다는 내가 가진 좋은 역량에 집중하고 더 개발시키는 데에 시간을 쏟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시하는 게 상사 아냐… '보완' 역량 필수= 근속 30년을 코앞에 둔 지금, 박 실장은 상사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에서 오래 일했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책임져야 하는 일이 많아 졌다는 것 외에 박 실장은 업무 영역을 후배들과 가르지 않으려고 신경 쓴다. 잘 할 수 있는 일은 맡기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는 것이 자신의 할 일이라고 믿는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범(汎)정부 종합계획을 수립할 때 고용부는 상대적으로 금융이나 조세 관련 업무가 익숙지 않을 수 있다. 제대로 된 상사라면 지휘봉만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당 영역을 공부하고, 실무자에게 설명해 줄 전문가도 섭외한다. 박 실장은 "일방적인 지시를 하고 따르는 관계는 없다는 게 기본적 생각"이라며 "윗사람이라고 해서 다 알지도 못하고, 항상 옳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누가 봐도 일을 게을리 하고 뒤떨어지는 조직원은 어떤 리더십으로 이끌어야 할까. 박 실장은 '집안일에 익숙지 않은 배우자에게 설거지를 시킨다고 생각하라'는 조언을 했다. 그는 "감정을 실어 질책하거나, 물기가 어떻다느니 고춧가루가 남았다느니 사사건건 잔소리를 한다면 상대방은 금세 고무장갑을 벗어던지고 엇나갈 것"이라면서 "원칙을 건조하게 상기시키고, 성과가 부진해도 참고 눈감아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역량이 있다는 건 박 실장의 경험칙이기도 하다. 그에 대한 보완과 채움은 상사의 영역이며 성과와도 직결된다.
◆시간이 없다고? 마음이 없는 것= 돌아보면 가장 힘든 시기는 30대였다. 일과 가정의 양립은 불가능했다. 자녀는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연령(박 실장은 두 아들을 뒀다)이었고, 부부에게 쏟아진 과업의 부담은 어느 때보다 무거운 시기였다. 경제적 여유는 아직이고, 방점은 일에 찍혀 있었다. 좌절할 때마다 박 실장은 조금 더 뻔뻔해지며 위기를 참아냈다. "능력 있는 엄마를 가진 너 자신에게 고마워해." 아이에게 했던 이 말은 사실 스스로를 위로하는 주문과 같았다.
후배들에게는 힘든 시기일수록 자신을 돌보라고 말한다. 그는 "직장과 집의 거리, 돌봄의 정도 등 주변 여건을 '내가 편리하도록' 세팅해도 괜찮다"면서 "바꿀 수 없는 편견이나 역할이 존재한다면, 나머지 것들은 나를 중심으로 생각해도 된다"고 역설했다. 건강과 취미생활을 챙길 것도 당부했다. 박 실장은 "마흔을 넘어서면 여러모로 해결의 실마리, 새로운 문이 열린다"면서 "그때에 육체적으로 무너지지 않았어야 다음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밤 12시까지 하는 헬스장과 필라테스 교습소를 찾아 다녔고, 좋아하는 뮤지컬은 3층 꼭대기 마지막 자리에서라도 봤다"면서 "시간이 없다는 말들을 하는데, 시간은 내면 난다. 없는 것은 마음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박성희 고용노동부 기획조정실장 프로필]
▲연세대 사회학과 ▲연세대 대학원 석사(법학) ▲미국 듀크대 대학원 석사(경제개발) ▲단국대 대학원 박사(노동법)
<주요 경력>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고유가 지원금 받아도 1인당 30만원 또 준다…18일...
▲1992 행장사무관 임용(행정고시 35회) ▲2005 고용전략팀장 ▲2006 사회서비스일자리정책팀장 ▲2007 임금근로시간정책팀장 ▲2008 직업능력정책과장 ▲2009 대통령식(고용노동비서관) 행정관 ▲2010 대통령실(고용복지수석비서관) 행정관 ▲2011 규제개혁법무담당관 ▲2012 직업능력정책관 ▲2013 대변인 ▲2015 국제협력관 ▲2016 고령사회인력정책관 ▲2017 노동시장정책관 ▲2019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 ▲2020 기획조정실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