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상사였던 노민기 전 고용부 차관
사인 못하겠다던 초년병의 고집도 받아줘
"협의할 때의 자세 배워"

[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공무원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던 1992년 초년병이던 박성희 고용노동부 기조실장은 인생의 멘토를 만나게 된다. 까마득한 후배의 치기 어린 고집까지 귀담아 들어주던 노민기 전 고용부 차관(당시 과장)이다.


노 전 차관이 직장생활 과정에서 흔히 스쳐지나가는 '선배'가 아니라 '멘토'로 깊게 자리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과에서 검토하던 안건에 초짜 사무관이던 박 실장은 '동의할 수 없어서 사인(sign)을 못하겠다'고 버티고 나선다. 종국에는 장관까지 닿아야 하는 결재 라인이 한참 남았는데, 어이없게도 후배 앞에서 절차가 멈춰버린 것. 여느 '선배'라면 호통을 쳤겠지만 '멘토'는 그러지 않았다. 일단 사무관 사인난을 비워두고 과장 사인을 먼저 받았다. 고깝게 보자면 선배 자존심을 내려놔야 하는 일이었다. 그것도 공무원 사회에서는 더욱 더. 사인을 마친 멘토는 후배를 앉혀두고 말했다.

"업무 협의 과정에서 다른 공무원, 다른 부처와 부딪힐 때에는 치열하게 주장을 전개하되 다양한 측면이나 부작용이 있다는 것도 잊지는 말아야 한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공무원 개인이나 부처 역시 각자의 논리로 공익을 생각한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박 실장은 "신입의 의견도 존중해주는 태도, 협의할 때의 자세를 순간순간 넓고 깊게 배웠고 그 배움을 평생 가지고 갔다"면서 "스스로도 후배들에게 그렇게 하려고 많이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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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를 찾기보다는 자기계발에 집중하는 것이 요즘 세태지만 박 실장은 여전히 후배들에게 선배의 중요성을 설파하곤 한다. 그는 "수습 사무관들이 들어오면 어느 과로 가는 게 좋을지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는데, 업무보다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면서 "어느 과, 어떤 업무든 다 의미가 있고 배울 게 있지만 어떤 과장 밑에서 일하느냐는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좌우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기술뿐 아니라 가치관의 측면에서 '처음'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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