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단통법] "제 값주면 호갱"…폐지냐 개정이냐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싸게 사는 게 왜 불법이죠?" 추석 연휴를 앞둔 9월 말 서울 마포구 일대에서 이른바 '성지'로 불리는 판매점을 방문한 30대 김유경씨는 "제값을 주고 스마트폰을 사는 게 호갱"이라며 어느덧 시행 6년이 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말기유통법)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기기변경을 통해 삼성전자의 갤럭시S20 시리즈를 10만원대에 구입했다는 김씨는 "단통법이 아니라 불통법, 분통법"이라며 "결국 소비자들만 바보로 만드는 법을 왜 가만히 두느냐"고 꼬집었다.
시행 직후부터 '불통법' 꼬리표
5일 국회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단말기유통법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면서 21대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도 이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과방위 분위기는 단말기유통법 개정이나 폐지 쪽으로 이미 기울었다. 아시아경제가 국회 과방위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2소위)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이 같은 기류는 확연했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단말기유통법이) 일부 문제를 해소하는데 기여했으나 근본적 대책으로 작용하고 있지 못하다"며 개정을 주장했다. 국민의 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도 "완전 폐지나, 그에 가까운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4년 10월 시행된 단말기유통법은 법 취지와 달리 사업자 간 경쟁을 차단해 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축소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누구는 휴대폰을 싸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사는 가격 차별을 막겠다던 법 취지도 무색해진 지 오래다. '0폰' '차비(페이백)' 등을 앞세워 불법보조금을 뿌리는 성지들도 막지 못했다. 그나마 감소 추세이던 이통 3사의 마케팅 비용마저 지난해 5G 상용화 이후 8조원대까지 치솟았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지난 8월 취임사에서 "새롭게 설계할 것"이라고 현 단말기유통법의 문제점을 인정했다.
"폐지" "개정" 불붙는 국회 논의
단말기유통법 개정안만 무려 26개가 발의된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입법 경쟁은 본격화되고 있다. 김영식 국민의 힘 의원은 완전폐지를, 조승래 의원은 분리공시제를 통한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지난달 대표 발의했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개정안은 분리공시제와 위약금제도를 개편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재 주요 쟁점으로는 판매장려금, 단말기 완전자급제, 분리공시제 도입 등이 꼽힌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여당을 중심으로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3명)가 분리공시제 찬성 의견을 냈다. 하지만 야당 쪽 기류는 다르다. 한 야당의원은 "실익이 없다"며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제조사 지원금이 낮아지는 역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야당 의원도 "당초 도입을 추진하던 시기에 비해 시장 환경이 변화하면서 효과 역시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완전자급제의 경우 향후 논의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는 찬성 2명, 조건부 도입 논의 3명, 미응답 2명 등으로 확인됐다. 이통 서비스와 단말기 판매를 분리한 자급제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뚜렷하게 감지된다. 야당의원은 "준비 기간이 불필요하다"며 "완전자급제를 즉시 시행한 후 점진적 개선 방식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유통망의 충격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여당 의원은 "(완전자급제의) 취지는 공감하나, 현재 휴대폰 판매업을 영위 중인 분들의 동의가 선제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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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상반기 방송통신위원회 주도의 협의체에서 논의된 대안 중에는 ▲추가 지원금 한도 상향 및 공시 기간 단축 ▲통신사가 유통망에 지급하는 장려금을 지원금과 연동하는 제도 ▲현행 위약금 구조의 개선 등의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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