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GM 사장 출국금지中…'사법 리스크' 빛 바랜 임기 3년
협력사 근로자 불법파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국GM 역대 사장 중 최초
출국금지 상태로 국내 머물며 재판 받아야
9월1일 임기 3년…사법 절차에 후임은 안갯속
'한국만의 CEO 리스크' 지적 목소리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이기민 기자] 협력 업체 소속 근로자 1700여명을 불법 파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현재 출국 금지 조치로 국내에 발이 묶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카젬 사장은 한국GM 사장의 통상 임기 3년을 꽉 채웠지만 후임 인선 없이 국내에 체류하며 재판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근로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21일 불구속 기소된 카젬 사장과 한국GM 임원 등에 대해 출국 금지 명령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복수의 소식통과 한국GM 측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출국 금지 조처는 한국GM 역대 사장 가운데 첫 사례이자 사내 하도급 소송건 관련으로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카젬 사장 등 한국GM 임원 5명은 2017년 9월1일부터 지난해 12월31일까지 한국GM 인천 부평·경남 창원·전북 군산공장에서 24개 협력사로부터 근로자 1719명을 불법으로 파견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현직 한국GM 사장이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8년 한국GM 비정규직지회가 불법 파견을 근거로 한국GM을 고발하면서 수사에 착수한 지 2년여 만이다.
관심은 2017년 9월1일 취임한 카젬 사장의 3년 임기 만료 시기에 모아졌다. 카젬 사장은 임기 내 성과를 토대로 연장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최고경영자(CEO) 기소'라는 사법 리스크가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몰라서다. 한국GM 비정규직지회가 재판을 받아야 하는 카젬 사장에 대해 출국 금지 처분을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번 사건으로 출국 금지 조치가 내려지면서 카젬 사장은 당분간 국내에 머물며 법적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한국GM 파견근로법 사건의 경우 재판에 연루된 피고인의 수가 많지만 혐의와 재판에서 다뤄질 쟁점은 파견근로법 위반 여부이고, 단독재판부에 배정된 것을 볼 때 1심 선고까지 6개월가량 걸릴 것"이라며 "카젬 사장이 1~3심을 모두 받으면 2년 정도 국내에서 체류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카젬 사장의 출국 금지 처분에 대해서는 과도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수입차 업계에서 외국계 CEO들이 형사 처벌을 회피할 의도로 해외 도주한 사례에 비춰 볼 때 불가피했다는 견해도 나온다. 다만 '한국만의 CEO 리스크'를 지적하는 데는 한목소리를 내는 분위기다. 한 외국계 CEO는 카젬 사장의 출금 금지에 대해 "한국은 글로벌 CEO의 파견 기피 지역"이라며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는 각종 리스크가 많아 잠재 범죄자 취급을 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국내 경제·노동·환경 관련법 내 벌칙 조항 중 대다수가 법 위반 당사자 뿐만 아니라 사업주에 대한 형사 처벌 근거를 두고 있는 과도한 규제와 처벌에 관한 이야기다. "한국에서는 수많은 임직원 중 단 한 명이 잘못을 저질러도 CEO가 연대 책임을 져야 하는 위험 부담이 큰 곳"이라는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의 발언과도 상통하는 대목이다.
재계에서는 전 세계에서 사례를 찾기 힘든 규제와 이로 인한 잦은 소송, 처벌 수위 및 범위, 나아가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일관성 부족한 정책 불확실성을 3대 리스크로 꼽는다. 임기가 끝난 카젬 사장의 발목을 묶은 사내 하도급 불법 파견 문제도 자동차 업계에서는 오랜 논쟁거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경영 여건 변화에 따라 전환 배치나 파견근로 등이 얼마든지 가능한 미국, 독일, 일본, 유럽 등과 달리 우리나라는 파견제 불가, 사내 하도급 제한 등 법과 제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경직돼 있는 게 사실"이라며 "사내 하도급도 불법 파견으로 간주돼 사실상 외부 인력 활용이 불가능한 구조로 근로 유연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한국GM은 정부의 도급 운영 지침을 최대한 따랐는데 사장과 법인이 동시에 기소돼 위법한 기업으로 낙인 찍히고 있다고 호소한다. 법률이나 고용노동부의 지침은 바뀌지 않았는데 정권 분위기에 따라 해석이 달라져 또다시 수사와 재판을 받는 격이라는 얘기다. 한국GM은 앞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하도급 업체 불법 파견 혐의로 기소돼 2013년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동시에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한국GM은 2007년부터는 노동조합과 합의해 고용부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도록 공정을 재배치하는 등 전면 개조했다. 이로 인해 고용부는 2012년 한국GM을 사내 하도급 운영 우수 업체로 선정하기도 했다. 2013년에도 고용부로부터 합법적 도급 운영을 하고 있다는 행정적 판단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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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절차가 최장 2년으로 장기화될 경우 카젬 사장의 후임 인선 작업도 난항이 예상된다. 한국으로의 파견을 원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은 규모가 큰 외국인 직접투자 기업으로 국내 경제는 물론 고용 창출에도 기여한 바가 적지 않은데 한국에서의 정상적 경영 활동은 물론 여타 글로벌 기업 투자 유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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