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증시는 항상 경제의 거울일까
최근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질문이 있다. 바로 주식시장과 실물 경제의 괴리에 대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각종 경제 지표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성장률 역시 역(逆)성장이 확실시 되는데 주가는 왜 지속적으로 오르냐는 것이다. 게다가 주가지수는 연일 상승하는 반면 유독 자신이 보유한 종목만 안 오르냐는 질문도 적지 않다.
사실 주식시장의 동향을 20년 이상 지켜 본 필자 역시 이런 질문은 가장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오랜 기간에 걸쳐 기업과 시장을 분석해 온 나름대로 전문가라고 자부하지만 막상 투자자들이 직접 의사 결정을 할 때 딱 부러지게 해법을 내놓거나 답변을 제시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최근과 같이 경제 상황과 주식이 따로 흘러가는 가는 경우 질문의 난이도는 두 배로 높아진다.
사실 경제와 주식시장은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다. 한 나라 경제의 상황을 가장 빠르고 직접적으로 대변하는 것이 주식시장이고, 당연히 경제는 이러한 주식시장이라는 거울에 비춰진 본 모습이다. 하지만 거울과 본 모습은 경우에 따라 상당한 괴리를 보이기도 할 뿐만 아니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투영되기도 한다. 서로 연관성은 높지만 그렇다고 주식시장이 그대로 경제가 될 필요도, 반대로 경제가 주식시장과 일치할 필요도 없다.
주식시장이 경제 상황과 서로 괴리를 보이는 이유는 크게 4가지로 정리 할 수 있다. 첫째,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들과 전체 기업들 간의 구조적인 갭(gap)이다. 한 나라에는 수많은 기업들이 있지만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되거나 지수를 구성하는 기업은 이 중 극소수다. 미국의 경우 600만개 기업 가운데 상장기업은 0.07%인 4000개 정도에 불과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이 중에서도 최상위 500개 기업만을 뽑아 놓은 것이다.
둘째, 평균의 함정이다. 흔히 주식시장이 상승한다는 말은 해당 주식시장의 대표 지수가 상승한다는 말과 같은 뜻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가지수는 지수 영향력이 큰 기업들의 주가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최근에는 미국이든 한국이든 IT 대형주가 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S&P500의 시가총액 25%를 상위 20개 기업이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의 경우 코스피시장에서 삼성전자라는 한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상회한다. 첨언하자면 내가 보유한 주식이 상승을 주도한 기업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이들 종목이 아닌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는 주가 상승은 '남의 일'이 되고 만다.
셋째, 정책적인 요인이다. 코로나19 확산은 분명히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주는 사건이다. 충격의 크기가 막대하고 단기간에 걸쳐 경제를 '올 스톱'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충격이 가해지고 그 파장이 크면 클수록 이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이나 정책이 나오기 마련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낮추고 적극적으로 돈을 푼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이들 정책은 코로나19 충격이 어느 정도 정리된 이후에도 상당 기간에 걸쳐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든 통화 당국자들의 최근 일성은 코로나19 여파가 끝나고 경제가 완전히 정상 경로로 복귀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넷째, 주식시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과 동시에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는 점이다. 실물 경제의 부진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경기 부양책은 이어지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주식시장에 상장한 최상위 기업들은 코로나19 이후에 오히려 더 많은 이윤과 시장지배력을 확보한다면 현재의 부진한 경제 상황이나 실적이라도 주가가 크게 하락할 이유 역시 그리 크지 않다. 경제와 주식시장은 상관 관계가 높은 이른바 '한 세트'인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항상 경제의 현재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하기에는 둘 간의 차별적인 동향을 설명할 수 있는 이유들 역시 적지 않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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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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