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나오지 마" 초단시간 노동자, 하루살이 고용을 아시나요
주당 15시간 미만 근무하는 '초단시간 노동자'
부당해고·주휴수당 미지급에도 하소연할 곳 없어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슬기 인턴기자] #최근 대학생 김 모(25) 씨는 매일 2시간씩 주 5일, 돈가스를 파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았다. 기존에 일하던 직원이 다시 일하고 싶어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김 모 씨는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아르바이트를 구할 곳도 없는데 하루아침에 나오지 말라고 하니 당황스러웠다"라며 "거기다 내가 일을 못 해서도 아닌 기존 직원이 다시 일하고 싶어한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해 황당했다. 그런데도 어디에다가 호소하지도 못한다. 그냥 '나오지 마라'하면 잘리는 게 나와 내 주변 친구들의 현실이다."라고 토로했다.
하루 평균 근무시간이 3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초단시간 근로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은 주당 15시간 미만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부당한 사유로 해고 당해도 구제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또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초단시간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 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초단시간 노동자는 지난 2000년 2월 19만1553명에서 2020년 2월 95만9631명으로 5배 증가했다.
특히 취업이 어려운 청년들은 용돈이라도 벌기 위해 초단시간 노동자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9일 청년유니온이 발표한 '2020 아르바이트 최저임금&주휴수당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660명) 중 52.7%가 초단시간 노동자였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최저임금 위반 실태는 개선됐지만, 초단시간으로 이른바 '쪼개기 고용' 상황은 오히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쪼개기 고용은 하루 8시간 근무하던 직원 1명을 2~3시간 근무하는 아르바이트 2~3명으로 대체해 주당 15시간을 넘지 않도록 시간을 '쪼개서' 고용하는 것을 말한다. 주당 15시간이 넘지 않으면 사업주는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돼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사실상 근로기준법 적용 사각지대라는 비판이다. 취준생 박 모(26) 씨는 "취업 준비하면서 집에서 놀고만 있기 부모님께 죄송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하루에 2시간씩 점심 피크 타임에 집 근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라며 "지난달에는 일을 하다가 손을 다친 적이 있는데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치료비를 전액 내가 부담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박 모 씨는 "하루에 2시간씩 5일을 일하면 한 달 월급이 30만 원 남짓이다. 그런데 손을 다치고 나서 병원비로만 20만 원을 썼다. 이게 말이나 되나"라며 "억울하고 화가 나도 내가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근로기준법 보호망에도 안 들어가는 노동자이기 때문이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전문가는 근로기준법을 보편적으로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해야지만 이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한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법이란 건 보편적으로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용돼야 될 문제들인데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자가 협소한 문제가 있고 초단시간 노동자들 경우에도 시간에 비례해서 유급 주휴를 부과하고 연차휴가를 보장해야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주일에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노동자는 불안정 노동에 해당된다. 그런데 이들의 비중이 계속 커지고 있다. 이유는 근로기준법상 주휴수당을 지급하도록 돼 있는데 15시간 미만 노동자의 경우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도록 법이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청년유니온은 지난달 22일부터 '초단시간 노동자 차별 해소'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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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유니온은 "노동권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청년유니온은 초단시간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법적 차별에 대해 알리고 이를 반대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 국회에 전달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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