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 간의 의도를 파악하는 쓱 질문법
며칠 전에 면접을 보다가 놀란 일이 있었다. 면접대상자가 던진 질문 때문이었다. "대우가 연수 과정을 운영하는 4개 국가의 장단점을 비교해서 설명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동남아로 가서 1년 간 연수 후 취업시키는 GYBM 과정, 즉 김우중 사관학교의 연수생을 선발하는 면접 자리였다. 면접을 마무리하며 하고 싶은 말이나 질문이 있으면 해보라고 했더니 한 지원자가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이다. 질문이 맞다 틀리다의 관점이 아닌, 시간과 장소 측면에서의 적절성 때문이었다. 면접 시간이 다 지나고 다음 면접자와 교대해야 할 짧은 시간만 남은데다 면접관이 면접을 당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 질문이었다.
질문이 가진 순기능은 무척이나 많지만 조금이라도 요령이 없으면 어색한 순간이 연출된다. 관계의 상하 간에 주고받는 질문과 답변 적절성의 판단 기준은 답하는 과정에 들어가는 노력과 에너지의 투입 정도에 따라 다르다. 단순한 지식이나 정답, 객관적 사실을 알고자 하는 단답형 질문과 답변은 예외로 한다.
조직 상하 간,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 사이의 대화에서 주고받는 질문 방식에는 개방형 질문과 폐쇄형 질문의 두 가지가 있다.
개방형 질문은 "이 제품 써보니 어때? 마케팅이 무엇이라 생각해? 앞으로 뭘 하고 지냈으면 좋겠어? 우리 회사 입장에서는 미래에는 어떤 분야가 좋을 것 같아?"처럼 포괄적이다. 평소에 많은 생각과 공부가 있어야 답이 가능한 방식이다. 그러니 답변을 하는 사람의 노력과 힘이 많이 든다. 위에서 아래로 하는 질문 방식이다.
폐쇄형 질문은 "효율성 측면에서 A, B 중에 어느 것이 좋겠습니까? 오늘 회식은 삼겹살에 소주나 아니면 피자와 맥주로 하는 방법이 있는데 어느 것이 좋겠습니까? 이번 일의 진행은 세 가지 대안이 있으며 각각의 장단점은 자료와 같고 실무적으로는 1안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장님은 어느 것이 마음에 드십니까?" 등이다.
아래의 두 질문을 직접 비교해 보자. "이번 신제품을 해외에서 마케팅한다면 어느 나라를 먼저 해보면 좋을까?", "이번 신제품을 해외에서 먼저 마케팅한다면 중국일까? 베트남일까?"
부하나 제자가 답할 때 에너지가 보다 많이 들도록 하면 좋다. 답변하는 과정을 통한 학습효과 때문이다. 부모, 상사, 교사, 멘토, 어른은 자녀, 부하, 제자, 멘티의 경쟁력을 키워야 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좀더 포괄적으로 생각해 답을 구성하도록 공부하고 생각할 자극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부하가 상사에게, 아이가 어른에게, 멘티가 멘토에게 하는 질문을 할 때는 보다 쉽게 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질문에 맞는 몇 가지 답을 구성해서 상사와 견주는 방식으로 질문하는 방식이 좋다. 상사가 고민을 많이 해야 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쓱' 밀어 넣는 질문을 통해 상사의 생각을 엿보며 나의 생각과 견주어 볼 수 있다. 상사의 판단 기준과 수준을 미리 가늠하며 빠진 것도 챙길 수 있다. 사전 조율이 가능해 일의 추진을 원활하게 한다. 최종 보고 자리에서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질 못해 무능하다고 평가 받을 위험부담도 줄일 수 있다.
위의 면접자가 이런 방식으로 질문했으면 어땠을까? "제가 동남아 4개국을 산업 관점으로 파악해 보니, 각각의 장단점이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태국 가운데 저는 이 나라를 지원했습니다. 제가 잘한 것인지 한 번 여쭤보고 싶습니다."
취업, 재취업, 상대의 도움을 바라는 자리에서는 내 나름대로의 공부와 정보를 토대로 내 의견을 만들어 폐쇄형으로 질문하라. 면접관이나 상사가 적은 노력과 에너지로 답변이 가능토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마지막으로 질문 있냐고 물어보는 순간을 황금처럼 활용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박창욱 한국지식가교 대표(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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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리더십'은 강제와 지시의 억압적 방법이 아닌 작고 부드러운 개입이나 동기 부여로 조직이나 개인의 변화를 이끌어내게 하는 것이다. 또한 본인 스스로의 작은 변화로 인간관계를 개선하고, 따르고 싶은 사람으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조직이나 관계에서 창의와 열정을 불어넣어 새로운 가치와 행복을 창출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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