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동반성장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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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상주의자 콜베르(1619~83년) 재상이 다시 등장했다. 무려 330년만이다. 2013년 프랑스 정부는 제조업의 리쇼어링을 촉진하기 위한 진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름을 ‘콜베르 2.0’이라고 붙였다. 콜베르는 ‘짐이 곧 국가’라던 루이 14세 시절, 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역을 진흥시키고 산업을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상주의(mercantilism)를 대표하는 그의 이름이 제조업의 국내회귀를 촉진하기 위해 재등장한 것이다.


17세기 유럽에서는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영토를 보전하는 것이 국가 책무의 최우선 과제였다. 부국강병을 위해서는 강력한 왕정체제를 수립하고 경제적으로는 국가의 간섭과 통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콜베르는 재정책임자로서 기술자를 양성하고 왕립 제조공장을 설립했으며 상품의 생산·관리·판로까지 감독했다. 덕분에 프랑스는 유럽의 열강으로 자리잡게 됐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프랑스는 자국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08년 경제현대화법을 마련했다. 농업을 기반으로 모든 산업이 골고루 발달했지만 막대한 에너지 수입과 기업의 해외이전으로 무역적자가 늘어나던 상황이었다. 마침내 2012년 자국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보고서가 나왔고, 이 때 만들어진 대표적인 것이 스타트업과 리쇼어링 정책이었다.


콜베르 2.0은 해외에 있는 프랑스 기업의 국내복귀를 장려하기 위해 정부가 개발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다. 이것은 48개의 질문으로 구성돼 있는데 인건비, 물류비, 운송비, 에너지 가격 등은 물론이거니와 어떤 지역에 이전할 경우의 정부 지원금까지 계산돼 나온다. 예비진단이 끝나면 22개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잠재력 분석, 이전경로 제안, 공장건설 지원(ARI), 그리고 프로젝트 분석을 위한 기관을 연결해주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발표할 당시 프랑스 정부는 ‘저비용시대의 종말’을 선언했다. 경쟁 우위로서의 저임금 중요성은 감소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프랑스가 리쇼어링에 집중하게 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첫째, 해외에 위치한 대규모 생산시설은 급속하게 변하는 소비패턴의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둘째, 비용절감을 이유로 해외로 이전했던 오프쇼어링 전략은 공장 자동화로 인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셋째, 산업 정책의 일환으로 ‘MIF(made in France)’라는 국가 브랜드를 활용하게 됐다.


콜베르 2.0을 발표하던 2013년 10월 프랑스정부는 오직 프랑스산 제품만을 선보이는 MIF 전시회를 기획했고 지난해에는 5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고 8만명이 관람하는 대성황을 이뤘다. 당시 언론에서는 “더 이상 베레모에 바게트를 든 프랑스사람을 상상치 않는다”라고 전제하고 ‘매력있는 프랑스제품의 재발견’이라고 규정했다.


유럽연합에서는 최근 4년간 프랑스의 40여개 기업이 리쇼어링했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회원국 중에서 가장 많은 숫자로 해외로 나간 프랑스 기업들이 국내로 회귀하는 이유는 물류, 이미지, 품질, 시너지 효과 등을 들고 있다. 더 나아가 르노 자동차(스페인), 미슐랭 타이어(독일), 생 고방 첨단유리(독일) 등 대기업이 돌아와 수 만개의 일자리까지 만들어져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콜베르는 세금을 많이 거두려면 ‘거위의 깃털을 조금씩 뽑아 고통을 모르게 해야’ 한다는 유명한 어록을 남겼지만 당시에도 인기가 높았다. 유리공예와 같은 첨단산업을 도입하고 발명가를 보호했으며, 프랑스 기술자의 이민을 금지했다. 특히 전국에 도로를 건설하고 운하를 만들어 ‘깃털 나누기’에도 열심이었다. 국내에서도 리쇼어링이 핵심 프로젝트의 하나로 다루어지고 있다. 콜베르 2.0과 같은 전문성을 살린 검증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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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동반성장위원회 전문위원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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