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과열부담에 내리지도, 실물경기 부진에 올리지도 못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0.50% 동결
넘치는 유동성에 자산가격 급등
5월 시중통화량 3053.9조..한달새 35.4조↑, 월 최대 증가폭
풀린 돈은 부동산, 증시로 유입.. "추가 유동성공급 어렵게 만들어"
여전히 전년대비 마이너스인 수출
4개월째 감소세 이어진 취업자 등
코로나19 경제타격 여전해 유동성 회수하기도 이르다 판단
2차 코로나 대확산, 급격한 경기반등 없다면
올해 금리조정 쉽지 않을 듯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장세희 기자] "돈은 풀 만큼 풀었는데, 부동산ㆍ주식만 오르고 실물경기는 회복되질 않으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에서 동결한 데는 이와 같은 고민이 반영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경제 타격이 여전해 풀었던 돈을 거둬들이기엔 이르고, 그렇다고 해서 금리를 더 내리자니 급등하는 자산가격이 부담된 것이다. 한국이 금리를 내릴 수 있는 하한선인 실효하한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저금리에 자산 급등했지만…"돈 거둘 상황 아냐"
한은 금통위는 올해 상반기에 두 차례에 걸쳐 큰 폭으로 금리를 낮췄다. 지난 3월 금융시장이 출렁이자 기준금리 '빅컷(1.25%→0.75%)'을 단행했고 5월에는 0.25%포인트 더 낮췄다.
기준금리를 내리자 시장에 풀린 돈은 급증했다. 지난 5월 광의통화량(M2ㆍ계절조정계열 평잔)은 3053조9000억원으로 한 달 새 35조4000억원(1.2%) 늘었다. 1986년 관련 통계 집계 후 최대 월간 증가 폭이다. M2는 현금ㆍ요구불예금ㆍ머니마켓펀드(MMF) 등 곧바로 현금화가 가능한 단기 금융 상품을 포함한 것으로 넓은 의미의 통화 지표로 쓰인다. 가계와 기업이 대출을 받으면 통장에 꽂힌 현금이 M2로 집계된다. 6월에도 가계대출이 급증한 것을 감안하면 통화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넘치는 유동성에 '실질머니갭률'은 지난 1분기에 8%대를 찍었다. 시중 통화량이 적정한 수준보다 8% 이상 많았다는 의미다.
자산시장은 이 같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오르고 있다. 저금리가 100% 원인이라 할 수는 없지만 관련성은 상당히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KB리브온이 집계한 전국 주택매매가격 종합지수는 지난달 102.4로 지난해 말(100.2) 대비 2.2% 올랐다. 증시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는데,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장내파생상품 예수금 제외)은 지난달 26일 50조5095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앙은행이 부동산만 보고 정책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울 일부 지역 집값이 급등해 추가로 유동성을 공급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금리를 더 내리면 정부의 대출 규제에도 법인 등을 통해 흘러간 자금이 부동산으로 쏠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아직 돈을 거둬들일 때는 아니라는 것이 금통위원들의 판단이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월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35만2000명 감소해 4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수출은 회복세를 나타내고는 있지만 여전히 전년 대비 마이너스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로 물가 관리 목표치인 2%에 한참 못 미친다.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 희박…美 상황은 변수
전문가들은 한은이 올해 말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2차 코로나19 대확산, 경기 V 자 반등과 같은 극적인 상황이 없다면 금리를 조정하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미선 하나은행 금융투자연구원은 "회사채ㆍ기업어음(CP)시장이 안정된 데다 실물경제 회복은 오랜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라면서 "추가 금리 인하를 해도 효과를 내기 어려워 금리를 더 낮추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 상황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미국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수익률곡선관리(YCCㆍYield Curve Control)나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 한은도 움직일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한은이 연내까지는 금리 동결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넘치는 유동성 어쩌나
과제는 갈 곳을 잃은 뭉칫돈이 생산성을 높이는 쪽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지난 1분기 명목 GDP로 계산한 통화유통속도는 지난 3월 0.65까지 떨어졌다. 한은이 통화량 집계를 시작한 2001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통화유통속도는 일정 기간 단위통화가 거래에 사용된 횟수로, 경제 활력이 떨어지며 돈이 소비나 투자로 흘러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고유가 지원금 받아도 1인당 30만원 또 준다…18일...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제는 금리를 낮춘다고 해도 경기가 전혀 안 움직인다는 점"이라며 "금통위가 금리를 조정하고 있는데 사실상 아무런 효과가 없고, 낮춘 금리로 조달한 돈이 (생산적인) 투자로 안 이어진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