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응급수술·분만환자 위한 진단시약 3개 제품 승인
의료현장 "기존 과정 단축수준…응급용 쓰기 어렵다"

영남대병원 응급실<이미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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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분만이나 응급수술을 앞둔 환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의심될 경우 감염여부를 재빨리 알아내기 위해 도입한 응급용 진단시약(진단키트)이 일선 의료현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지난 6월 하순 당국에서 응급용 진단키트를 승인한 후 열흘가량 지났으나 아직 정식으로 도입한 의료ㆍ검사기관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방역당국이 지난달 초순 응급용 진단키트 긴급사용승인을 위해 신청받은 결과 13개 제품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서류평가 등을 거쳐 에스엠엘제니트리 등 국산 진단키트 3개 제품이 긴급승인을 받았다. 나머지 10개 제품에 대해선 추가로 허가를 내줄지 검토중이라고 당국은 전했다.

국내에서 방역당국이 정식으로 인정한 코로나19 확진검사는 실시간 RT-PCR로 불리는 분자진단방식이다. 목과 코 안쪽에서 검체를 채취해 증폭과정을 거쳐 바이러스가 있는지를 따져 감염여부를 살피는 방식으로 6시간가량 걸린다. 코로나19 환자가 막 생겼던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이틀가량 걸렸던 것에 견줘보면 상당히 빨라졌다.


입영 장정을 대상으로 PCR검사 전수조사를 위한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이미지:연합뉴스>

입영 장정을 대상으로 PCR검사 전수조사를 위한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이미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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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갑자기 다쳐 큰 수술이 필요하거나 분만 직전 환자가 발열이나 호흡기증상, 원인불명 폐렴 등 코로나19가 의심되는 증상이 보일 경우 이보다 더 빨리 알아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응급용 진단키트가 도입된 배경이다. 이에 방역당국은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진단검사방식을 도입하기로 하고 신청을 받았다. 심사를 거쳐 우선 3개 제품을 추려냈는데 이를 두고 의료현장에선 "응급용 환자에게 쓰기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경산서 폐렴증세 보였으나 코로나19 의심
진단검사결과 기다리다 제때 치료 못받아
"응급상황서 유용하게 쓸 수 있어야"

대한진단검사의학회에서 코로나19 TF팀장을 맡고 있는 이혁민 연세대 의대 교수는 "최근 승인받은 응급용 진단키트의 경우 기존 RT-PCR 방식을 변형한 제품으로 기존에 검사장비를 가동하고 있다면 새로운 응급환자가 왔다면 검사하지 못한다"며 "응급상황에서 쓰기 어려운 제품"이라고 말했다.


검사결과를 믿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검사를 진행하는데 일부 과정을 없애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시간을 줄인 탓에 신뢰도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진단분야 한 의사는 "기존 PCR 방식이 증폭과정을 40~45번 했다면 이번에 허가받은 응급용 진단키트는 30번 정도만 해도 괜찮다는 식"이라며 "일부 업체는 일반 진단키트에 대해서도 긴급사용승인을 받지 못했고 이번에 받았는데 검사결과가 믿을 만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사례가 나온 서울 관악구 왕성교회 주변의 양지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이미지: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사례가 나온 서울 관악구 왕성교회 주변의 양지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이미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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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국 각지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늘면서 접촉자나 의심환자가 동시에 늘어 하루 진단검사는 1만건 이상 진행하고 있다. 응급용 진단키트가 일선 현장에 보급된다고 해도 기존 방식을 대체해 널리 쓰이는 건 아니다. 다만 분초를 다툴 정도로 응급수술이 필요한 환자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여부를 가리기 위해 시간을 허비할 수 없는 만큼 하루 빨리 제대로 된 응급용 키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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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폐렴증세를 보였으나 코로나19에 확진됐는지를 따지다 제때 치료받지 못해 숨진 경산의 한 고교생 사연이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해외에서는 코로나19 환자를 수술하면서 수술실 내 의료진 다수가 감염되는 사례가 있었다"면서 "무증상이 많은 코로나19 특성을 감안하면 응급상황에서도 믿고 쓸 수 있는 진단키트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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