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암행어사는 왕의 밀명을 받고 전국의 탐관오리의 부정을 보고하는 관직으로 직업적 '힘숨찐'이었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조선시대 암행어사는 왕의 밀명을 받고 전국의 탐관오리의 부정을 보고하는 관직으로 직업적 '힘숨찐'이었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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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다산 정약용은 관직 생활 5년 차인 1794년 암행어사에 임명된다. 생생한 민심을 듣고 부패하거나 횡포를 부리는 수령이나 탐관오리를 잡아내는 일에 투입된 그는 때로는 장사치로, 때로는 농부로 위장하며 임무 수행에 나섰다. 당대 암행어사는 임시직으로 왕이 눈여겨본 시종신들 중 저연차 관리를 대상으로 임명했다. 정조는 정약용을 일찍부터 주목했고, 정약용 역시 왕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경기 북부지방 감찰에 열정을 쏟았다. 그해 가을 조선 전역은 흉년으로 농사를 망쳐 백성들의 삶이 피폐한 상황이었다. 정약용이 암행하던 경기도 연천의 현감 김양직은 관아 환곡을 마음대로 백성에게 빌려준 뒤 비싼 이자를 받아 자신의 재산을 불리고 있었다. 그는 정조의 부친 사도세자의 묫자리를 봐준 지관 출신으로 왕의 총애를 받는 인물이었다. 정약용은 법 적용은 마땅히 국왕 지근거리의 신하로부터 해야 한다며 장계를 올려 즉각 그의 비위를 고발했다. 뒤이어 인근 부평 부사 강명길이 가난한 백성의 화전에 높은 세금을 부과해 이를 착복한 사실을 적발하고 즉각 상소를 올려 그를 파직시켰다. 그는 왕의 건강을 책임지던 태의 출신으로 역시 정조의 총애를 받던 인물이었으나, 정약용의 상소로 일거에 자리를 잃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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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숨찐'은 힘을 숨긴 찐(진짜) 주인공이란 뜻으로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 대중문화에 자주 등장하는 스토리 구조, 또는 주인공 캐릭터를 지칭한다. 암행어사 정약용은 힘을 숨기고 지역을 두루 다니며 다수의 탐관오리를 적발해 파직시킨 진정한 힘숨찐 이었지만, 그가 파직시킨 관리였던 서용보가 훗날 화려하게 복귀해 일생 정약용을 괴롭히고 사지로 몰아넣기도 했다. 강한 힘을 가졌으나, 제어가 안 돼서 마법의 힘을 숨겨야 했던 겨울왕국의 엘사나 영화 마녀에서 생존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기억을 잃은 척 하다가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능력을 내보이는 구자윤이 대표적인 힘숨찐 캐릭터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용례
A: 야, 너 왜 이렇게 늦게 올라와. 다른 일행들 다 정상 도착해서 밥 먹는다는데.
B: 좀 천천히 가자. 먼저 간다고 뭐 나오는 것도 아니잖아.
A: 너 걸음이 왜 그래? 발목에 그거 설마 모래주머니야?
B: 날렵한 나의 움직임을 숨기려면 이 방법밖엔... 사실은 살 좀 뺄까 해서 차고 와봤어.
A: 헐, 니가 무슨 힘숨찐이야 뭐야. 그거 차고도 먼저 도착해야 찐인데, 에휴... 서둘러 올라가기나 하자.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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