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기본소득, 실행할 단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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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이 요즘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사회적 이슈가 됐다. 최근 논의되는 기본소득제의 도입 취지는 공감할 수 있으나 시기, 설계 방식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


기본소득의 역사는 1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최소 생계 보장, 사회보험 형태로 논의가 됐다. 19세기에 최소소득이나 토지배당이란 명칭으로 유럽에서 논의됐으며 20세기에 영국에서 사회배당, 국가보너스, 국가배당과 같이 보편적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들이 있었다. 1960년대 미국에서 보편적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막연하게 특정한 최소소득 보장을 지지한 경우도 있었고, 밀턴 프리드먼(1962)과 토빈(1966)은 음의 소득제(Negative Income Tax)를 도입했다. 1980년대 북서유럽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들이 활발했고, 최근까지 기본소득이 고용이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도입 시점은 언제여야 할까? 생산을 하기 위해서는 노동, 자본, 기술이 필요하다. 기술발전과 자본투입으로 인한 생산성이 노동투입에 대한 생산성을 압도하게 돼 조금만 일해도 되거나 실업이 높아지는 시점이라고 본다. 현재 우리나라는 기술발전이 사람을 상당히 대체하는 수준인가. 4차 산업혁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일부 산업에서 일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있으나, 취업자 수 감소가 기술발전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각종 설계 방식도 충분한 검증이 되지 않았다. 최근 북유럽 기본소득 실험에서 삶의 질, 건강 상태, 사회제도에 신뢰도는 향상되었다고 분석되지만 고용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방법론적 측면에서도 기본소득은 크게 소득별로 지원을 달리하는 음의 소득제(Negative Income Tax)와 소득과 관계없이 지원하는 보편적 소득제(Universal Basic Income)로 구분된다. 프리드먼의 음의 소득제는 면세점 소득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소득에 따라 차등을 두고 지원하지만, 토빈의 음의 소득제는 근로유인을 높이기 위해 기준소득 이상 가구에 세제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보편적 소득제의 경우 미국의 머레이의 보편적 소득제는 중위소득 50%에 달하는 소득을 21세 이상에 대해 지급하지만, 스페인의 보편적 소득제의 경우 18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중위소득의 절반 수준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머레이의 보편적 소득제는 소득이 중위소득 이상이면 특별부과세를 적용한 후 지원하고, 스페인의 경우 모든 소득세를 폐지한 후 단일세제로 개편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소득재분배 차원에서 음의 소득제는 소득불평등을 완화시키지만 보편적 소득제는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킨다. 분석 결과 프리드먼과 토빈의 음의 소득제는 지니계수를 감소시켜 소득불평등을 완화시켰다. 반면 머레이와 스페인의 보편적 소득제를 도입할 경우 지니계수는 증가해 소득불평등이 커질 수 있다. 실업 측면에서, 비경제활동인구와 실업자는 토빈의 음의 소득제가 가장 적게 증가하고, 프리드먼의 음의 소득제, 머레이의 보편적 소득제, 스페인의 보편적 소득제 순으로 나타난다. 음의 소득제를 도입하면 GDP가 증가하거나 약간 하락하지만, 머레이와 스페인의 보편적 소득제는 대폭 감소한다.


마지막으로 재원의 문제가 남는다. 보편적 소득제를 도입할 경우 음의 소득제보다 더 많은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토빈의 음의 소득제, 프리드먼의 음의 소득제, 머레이의 보편적 소득제, 스페인의 보편적 소득제 순으로 소요 재원이 커지게 된다. 현재와 같은 보편적 소득제 논의에서 1인당 월 10만원씩만 지급해도 연간 60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세금을 더 걷어서 쓰지 않는 이상, 기존의 복지를 축소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재원으로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기본소득은 논의가 될 수 있으나 당장 실행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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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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