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데스크칼럼] 금융감독, 민간전문가를 활용하자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조영주 자본시장부장

조영주 자본시장부장

AD
원본보기 아이콘


금융감독원이 어수선하다. 라임자산운용 사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 금융 사고가 잇따르고, 이 과정에서 금감원이 제 역할을 못 했다는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 특히 라임운용의 문제점을 인지하고도 수수방관하다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과 함께 김모 금감원 팀장이 청와대 파견 당시 라임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은 금감원으로서는 뼈아프다. 각종 잡음이 커지면서 윤석헌 금감원장 책임론까지 제기된다.


금감원은 올해 초에야 뒤늦게 DLF와 헤지펀드, 해외 부동산 등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서면검사를 대폭 줄인 반면 현장검사를 늘렸다. 라임 사태, DLF 사태와 연관된 일부 증권사와 은행은 내부통제 실태, 운용의 적정성 등과 함께 투자자에 대한 정보제공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검사를 받고 있다. 해외 부동산 투자를 위한 실사가 제대로 됐는지도 점검 받는다. 이밖에 신탁, 채권 등 다양한 상품을 다루는 부서들에 대한 검사가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사들에서는 볼멘 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금감원 검사역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금감원 내부 인사가 나서 새로운 분야에 검사를 나가게 되면 그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검사 과정에서 증권사 직원들은 일일이 설명을 해주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한다.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문제점을 제대로 찾아내기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다른 하나는 금감원이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금융상품은 기회와 위험이 상존한다. 높은 수익을 위해서는 그만큼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일부 상품은 수익이 높지 않은데도 큰 위험을 감수하도록 설계돼 있다. 제도가 미비해 투자자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를 알기 위해서는 시장의 사정을 훤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사전 경고가 가능하고, 문제점이 보이면 재빨리 바로 잡을 수 있다.


이런 문제점들은 금감원 직원들이 일을 게을리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감독 구조의 허점이다. 시장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금융상품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한다. 수익을 내야 하는 금융사들은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변신을 거듭한다. 때로는 기존 규제의 틀을 편법으로, 합법과 불법의 줄타기를 통해 장사를 한다. 이러다가 사고가 난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새로운 상품 구조를 이해하고 문제점을 찾는다. 이미 피해가 커질 대로 커진 상황에서다.

라임 사태도 마찬가지다. 라임운용은 국내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였다. 한때 돈 잘 벌기로 소문난, 이른바 용한 운용사였다. 다른 운용사에서 5% 수익을 낼 때 라임운용은 10% 이상의 수익을 내 주목을 받았다. 자연스레 투자금이 몰렸다. 그러다 한쪽에서 손해가 나면 다른쪽에서 돌려막기를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이미 그때부터 라임을 추적했어야 했다.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지 꼼꼼히 들여다 봐야 했다. 하지만 지금 감독 방식으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시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감독 역량을 키우기 위해 무작정 검사 인력을 늘릴 수도 없다.


그렇다면 민간 인력을 활용해 보면 어떨까. 퇴직한 민간 전문가들을 감독에 적극 활용해보자는 것이다. 이들을 어떤 형식의 위원회나 옴부즈맨으로 소속시키는 방식이다. 이들을 통해 금감원 직원들이 상시적으로 시장의 흐름을 꿰뚫고, 이상신호를 곧바로 감지할 수 있지 않을까. 민간에서 요구하는 불합리한 규제도 해소할 수 있다. 금감원이 세계 일류 감독당국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조영주 자본시장부장 yjcho@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尹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전면 폐지…징벌적 과세부터 바로잡겠다" 의대 교수들 집단사직 예고…교육부 "실습 수련 차질 생길 것"(종합) [청춘보고서]기술 뚫고 나오는 인간미에 반했다…K팝 세계관 확장시킨 '플레이브'

    #국내이슈

  • "움직이는 모든 게 로봇이 될 것"…젠슨 황, 로봇 사업 확대 예고 대선 압승한 ‘21세기 차르’ 푸틴…'강한 러시아' 통했다 희귀병 투병 셀린 디옹 "꼭 무대로 돌아갈 것"

    #해외이슈

  • [포토] 한강 물살 가르는 한강순찰정 서울 대표 봄꽃 축제…3월29일~4월2일 여의도 봄꽃 축제 독일축구팀 분홍색 유니폼 논란…"하이힐도 팔지 그래?"

    #포토PICK

  • 운전자 기분 따져 주행패턴 조절…현대차 선행기술도 일반 공개 아우디 A5 카브리올레 2024년식 출시 [타볼레오]조수석·뒷좌석도 모두 만족…또 진화한 아빠들의 드림카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치솟는 과일값 '애플레이션' [뉴스속 용어]정부와 의료계 'ILO 강제노동 금지 협약' 공방 [뉴스속 용어]총선 앞둔 인도, '시민권 개정법' 논란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