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운용사 퇴출 예고...사모펀드 시장 위축되나
라임發 부실방지 규제 강화
자본금 7억 미달 등 부실땐
등록말소제도로 신속 퇴출
작년 운용사 101곳 적자기록
이 중 87%가 전문사모운용사
펀드시장 자금유출 불가피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박지환 기자, 김민영 기자] 부실 사모펀드 운용사 퇴출 등의 내용을 담은 금융 당국의 사모펀드 제도 개선 대책이 국내 사모펀드시장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소 사모운용사들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라임자산운용 사태 이후 사모펀드시장이 급속히 얼어붙어 있는 만큼 사전 예방보다는 단계적 제도 도입, 사후 제재 강화 등의 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7일 금융 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운용사 가운데 34.6%인 101개 운용사가 적자를 냈으며 이 가운데 87.1%인 88개사는 전문사모운용사인 것으로 집계됐다. 2015년 93개이던 국내 자산운용사는 사모운용사 진입 규제 완화에 따라 지난해 292개로 급증했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에 걸쳐 진행한 사모펀드 실태 점검 결과 등을 토대로 지난달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자본금 유지 요건(7억원) 미달 등 부실 전문사모운용사에 대해 검사 등의 절차 없이 금융위원회 의결을 통해 빠르게 퇴출시킬 수 있는 등록말소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직접적 금융소비자 피해와 상관없이 자기자본 유지 요건 위반 후 6개월 유예기간 내 미충족, 인력 요건 6개월 미충족 등의 사유만으로 운용사 등록말소가 추진된다.
금융 당국의 실태 점검은 52개 운용사와 1786개 펀드를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시장 규율을 통한 위험관리 미흡과 투자자 보호에 취약한 일부 운용 구조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규제의 강도가 약한 사모펀드는 시장 규율을 통해 위험관리가 돼야 하는데도 이와 관련한 운용사 등의 역할과 책임이 미흡했고 일부 운용사의 펀드에서 만기 미스매치 및 복잡한 복층ㆍ순환 구조, 레버리지 확대 등 펀드 유동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구조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운용사ㆍ판매사ㆍ수탁회사 및 PBS증권사ㆍ투자자 등이 효과적으로 상호 감시ㆍ견제할 수 있도록 이들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게 금융 당국의 판단이다. 운용사의 내부 통제 및 중요 의사결정 구조 강화, 펀드 재산 평가에 대한 공정성 확보, 추가 자본금 적립을 통한 손해배상 책임 능력 확충 등 방안도 이런 이유에서 도출됐다.
현재 금융 당국에서는 부실 사모펀드 운용사 퇴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등으로 국민적인 관심이 큰 만큼 지체하기 어려운 사안이란 판단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등록말소제는 법률 개정 사항으로 의원 입법으로 할지, 정부 입법으로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유관 기관과의 협의는 모두 마친 상태로 국회 정무위원회 구성을 마친 후 가장 빠른 방안을 택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적자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빠른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윤신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강화된 규제를 준수하기 위한 규제비용의 증가 등으로 중소형 전문사모운용사 중심의 구조조정이 보다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전문사모운용사의 경우 절반 이상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실정"이라면서 "수익성 기준으로만 보자면 절반 이상은 시장에서 털어내도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부실 운용사가 무리한 펀드 운용 등으로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야기하는 사태를 방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금융 당국의 규제 및 이에 따른 후폭풍이 가시화하면 가뜩이나 움츠러든 사모펀드시장의 위축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 동안 6조2000억원 증가한 사모펀드 수탁고는 이후 지난달까지 3조2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라임운용이 펀드 상환ㆍ환매 연기를 발표한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증가세가 눈에 띄게 꺾였다. 금융기관 등 기관투자자의 자금 유입이 둔화하고 개인투자자의 자금 유출이 지속됐다.
주 연구위원은 "특히 수탁고 규모가 크고 개인투자자 비중이 매우 높은 혼합자산 펀드의 수탁고 증가세가 가장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예방 중심의 규제는 시장 축소 등의 부작용이 커지고 그만큼 기회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제도의 단계적 적용이나 사후적 핀셋 규제 방식의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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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도 시장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지금은 시장이 위축돼 있고 운용사가 문제를 일으킬 여력 자체가 별로 없는 상황"이라며 "전반적인 시장 상황 등에 관한 면밀한 검토를 바탕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지환 기자 pjhyj@asiae.co.kr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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