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왜 그렇게 해?"…무미건조 비대면 대화에 '언택트 갈등'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말을 꼭 그렇게 해야겠어?"
재택근무 기간 업무 분담 문제로 말다툼을 하던 직장 선ㆍ후배, 참다못한 선배가 한 마디 던진다. 휴대폰 액정 위 후배도 지지 않는다. "선배는 업무만 내려오면 항상 뒷짐이잖아요." 팀원 5명이 참여하는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은 이내 썰렁해진다. 최근 서울 시내 한 중견기업에 다니는 3년차 직장인 강성지(31)씨가 겪은 이야기다. 강씨는 "투닥거리긴 해도 사무실 생활을 할 때는 곧잘 오해를 풀던 사이인데 이번엔 두 번 다시 안 볼 사이처럼 싸웠다"며 "아무래도 딱딱한 문자로만 대화를 하다보니 앙금이 쌓이고 화가 키워진 듯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이는 모바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한 비대면 대화로 이어지면서 조직내 갈등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음성과 동작으로 소통하던 사람들이 문자와 이모티콘으로만 상대 의도를 파악하려다보니 오해가 쉽게 불거진다는 것이다.
'언택트(Untactㆍ비대면) 소통 시대'가 성큼 우리 앞에 다가왔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이미 어느정도 일상화 된 언택트 소통 방식을 우리 삶에 더 깊숙히 구겨 넣고 있다. 대면과 비대면 소통을 적절히 혼합하던 현대인의 생활에 중대한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할 것 같았던 회의나 컨퍼런스콜ㆍ진료ㆍ재판 등에도 비대면 방식이 검토되거나 실행되고 있다. 카카오에 따르면 올해 1~3월 국내 카카오톡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만명, 지난해 4분기보다 33만명 늘어난 4519만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비대면 소통의 대두는 한편에서는 비언어적 소통 부재를 낳는다. 커뮤니케이션 이론인 '메라비언의 법칙'에 따르면 의사소통에서 언어적인 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7%정도밖에 되지 않고 그 외 표정, 손짓, 목소리, 억양, 크기 등 비언어적인 소통이 90% 이상이다. 의사소통에서는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어떻게 말하는가'가 중요하고 문자ㆍ음성 이외에 많은 것이 오간다는 것이다. 비대면 대화에서 유독 서로 오해가 쌓이고 다툼이 잦아지는 것은 이 같은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부재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최승원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적 의사소통에는 말과 글뿐만 아니라 비언어적인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며 "텍스트로만 의사소통하는 모바일 메신저 등에 소통의 한계점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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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갈등이 늘어나는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스트레스가 증가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바깥 활동이 차단되고 대면 접촉이 줄면서 일상의 크고 작은 변화들로 인해 생긴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뜻한다. 이로 인한 사회적 스트레스가 비대면 소통이라는 방식 속에서 부정적 감정으로 증폭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성열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대면ㆍ비대면을 떠나 갈등은 늘 있어왔으나 중요한 것은 갈등을 푸는 방식"이라며 "눈 앞에 보이지 않는 이들과 대화하더라도 상대를 헤아리려는 노력을 기울여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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