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빚내서 버틴다" 1분기 기업부채 폭증
항공·자동차 등 업종 대표 기업들 부채비율, 영업적자 급증
코로나19 장기화시 기업 존속 여부도 불투명한 기업들 증가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국내 주요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에 들어가면 기업들의 재무 상황이 더 나빠져 존속 자체가 불투명한 곳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아시아경제가 항공과 자동차, 해운, 숙박 등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1분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부채비율과 영업적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어려움을 겪는 업종은 항공업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말 부채비율이 1387%였는데 올해 1분기 6280%로 폭등했다. 영업손실률은 -16%에서 -23%로 악화했다.
대한항공은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871%에서 올해 1분기 1223%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제주항공도 351%에서 483%로 높아졌다. 대한항공은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했으며 제주항공은 적자 폭이 더 늘었다.
부채비율은 대표적인 기업 건전성 지표로, 보유 자산 중 부채가 얼마 정도인지를 나타낸다. 우량한 기업의 부채비율은 대개 100%를 넘지 않고 200~300%가 넘어가면 재무가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항공사 재무 상황이 크게 악화한 것은 코로나19로 여객 사업이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영업적자가 심해지면서 빚은 늘고 자본금을 까먹으면서 부채비율이 급등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와 해운, 숙박 등 다른 피해 업종도 상황은 비슷했다. 쌍용차의 경우 3개월 사이에 부채비율이 401%에서 756%로 높아졌다. 영업손실률은 -11%에서 -15%로 나빠졌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부채비율이 155%에서 162%로, 기아차는 91%에서 94%로 증가했다.
국내 최대 해운회사인 HMM(구 현대상선)도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이 598%로 지난해말 557%에서 더 나빠졌다. 조선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같은 기간 94%에서 100%로 부채비율이 높아졌다. 숙박 및 면세점 업체인 호텔신라는 지난해 말 부채비율이 283%에서 올해 1분기 296%로 높아졌다.
코로나19의 직접적인 피해를 본 기업 뿐만 아니라 대ㆍ중소기업 전반적으로도 채무가 늘어가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기업대출은 전월 대비 27조9000원 증가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 6월 이후 최대다.
지난달 대기업 대출은 11조2000억원, 중소기업은 16조6000억원 늘었다. 기업들이 규모에 상관없이 역대 최대의 빚을 내 버티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돈은 제대로 벌지 못하는데 빚만 늘어가면서 존폐 위기에 몰린 기업도 늘고 있다. 특히 쌍용차는 지난주 담당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 의견을 받으며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회계법인 삼정KPMG는 쌍용차가 기업존속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외부 지원이 없으면 사실상 부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상당수의 중소형 항공사들과 여행사, 자동차 부품사, 해운, 조선업체 등이 쌍용차와 마찬가지로 도산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감원 칼바람도 불고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등 국내 항공사 6곳을 분석한 결과 석 달 새 413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었다.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한 2분기에는 이 같은 고용 불안이 더 커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미 기내식과 청소 등을 담당하는 하청업체에서는 대량 감원 사태가 현실화한 상황"이라며 "당분간 여객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항공사별로 급여 삭감과 인력 조정 등의 고강도 비용 절감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10곳 중 3곳은 코로나19가 6개월 이상 지속할 경우 인력 구조조정 없이 경영 유지가 어렵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13∼24일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종업원 300인 이상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120곳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 현황'을 설문한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이 6개월간 지속될 경우, 인력 감축을 고려하는 기업 비중은 32.5%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정부의 기업 지원과 규제 완화, 성장 지원 등 전방위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경영 위기에도 휴업, 휴직 실시로 고용을 유지하는 대기업에 고용유지지원금이 원활히 지급되도록 지원 요건을 완화해 정부가 민간의 고용유지 노력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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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태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팀장은 "코로나19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의 속도감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며 "더불어 기업 경영 활동의 중장기 추세 전환을 위해 모든 기회의 문을 열어 성장 경로를 확보하는 전략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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