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고문 끝낸 파월‥美 정부 재정지원 촉구
코로나19 끝나도 경제 회복 더딜 것
적극적 재정지출 연속 주문
WSJ 설문 2Q 성장률 -32%
시장 엄중한 현실 반영 평가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미국의 경기 회복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낸 것은 예상을 벗어난 것이다. 지난달 초만 하더라도 브루킹스 연구소 주최 세미나에서 "'L자형' 장기침체는 없을 것"이라며 회복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한 달 만에 발언이 180도 달라진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7주 만에 미국의 실업률이 3.5%에서 14.7%까지 치솟는 등 경제적 피해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경제 위기가 조기에 극복될 수 있다는 기대가 '희망고문'이라는 점을 새삼 일깨워준 것이다.
13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의 발언은 앞선 발언과 분명히 달랐다. 그는 "심각한 경기하강 위험이 있다. 깊고 긴 충격은 경제 생산 능력에 지속적 충격을 가할 수 있다"면서 "저성장과 소득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연소득 4만달러(약 4900만원) 이하인 미국 가구 가운데 40%가 2월 이후로 실직했다"면서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예상보다 경기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대목은 결정적이었다. 회복되더라도 속도는 기대만큼 빠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64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지난8~12일 실시한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이 '-32%'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전했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4.8%)보다 2분기에는 더 가파른 추락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부터는 회복을 시작해 3분기에는 8.5%, 4분기에는 6.7%의 성장률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전체 성장률은 '마이너스 6.6%'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의 68.3%는 경기 회복이 나이키 상징인 '스우시'(Swoosh) 마크 형태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큰 폭으로 떨어진 뒤 회복은 'V자형'이나 'U자형'보다 훨씬 더딘 '나이키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파월 의장은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Fed의 한 발 앞선 공격적 대응을 주도하며 희망을 전파해왔다. 예상을 뛰어넘는 신속하고도 전격적인 제로 수준으로의 금리인하와 양적완화(QE) 시행은 위기에 빠진 경제에 버팀목이 됐다. 그는 행동에 그치지 않고 시장에 현 위기가 극복가능하다는 점을 수시로 강조했다.
그의 목소리는 지난달 말부터 조금씩 달라졌다. 미국이 세계 최대의 코로나19 피해국으로 부상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는 지난달 29일 기준금리 동결 결정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기 하강의 깊이와 기간이 극도로 불확실하고 코로나19가 얼마나 빨리 통제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언으로 V자형 경기회복 기대를 접은 셈이 됐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파월 의장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메스터 총재는 이날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 회복이 상당히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파월 의장은 위기 극복을 위해 추가적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회와 백악관에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Fed 의장이 연속적으로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했다. 그는 이날 세미나에서 "위기가 발생하기 전 경쟁력을 갖춘 소기업들이 실패한다면 우리는 비즈니스 이상을 잃어버릴 것이고 더 많은 펀더멘털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사라지면 빠르게 대체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추가적인 재정지출은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장기적인 경제적 손실을 피하고 강한 경기회복을 도울 수 있다면 그럴 가치가 있다"면서 "이는 세제와 예산 권한을 행사하도록 선출된 대표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 발언에 엄중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칼 리카도나와 앤드루 허스비 등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메모에서 "파산, 기업 실패 등에서 경제 피해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마이너스 금리를 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는 "질의응답까지 이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면서 파월 의장의 마이너스 금리에 부정적 시각을 여실히 드러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지금부터 주가 2배 이상 뛴다" 데이터센터 지을때...
파월 의장이 추가적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미 정치권의 상황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하원이 전날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기 부양을 위해 제안한 3조달러 규모의 추가 예산 법안에 대해선 "백악관에 도착하자마자 사망"이라며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주 정부 등을 위해 추가 법안을 통한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백악관과 미 정부, 공화당은 기존 대책의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