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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민한 전자이야기] 금보다 비싼 전자산업의 '쌀' MLCC

최종수정 2020.03.29 15:26 기사입력 2020.03.29 15:26

[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기민한 전자이야기’는 전자·기계제품, 장치의 소소한 정보를 기민하게 살펴보는 코너 입니다. 광고,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따끈한 신상품, 이제는 추억이 된 제품, 아리송한 제품·업계 용어와 소식까지 초심자의 마음으로 친절하게 다뤄드리겠습니다.


와인잔에 담긴 MLCC. [사진=삼성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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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 첨단 가전제품 출시, 자율주행차·전기자동차 개발 가속화로 인해 주목받는 전자부품이 있습니다.

이 부품은 전자산업의 ‘쌀’, 전력공급의 ‘댐’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요.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 이 부품은 적층세라믹컨덴서(Multi-Layer Ceramic Condenser) 혹은 적층세라믹캐패시터(Multi-Layer Ceramic Capaciter)라고 불리는 MLCC입니다.


MLCC의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제조 기술이 까다로워 글로벌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손에 꼽을 만큼 적습니다. MLCC를 300ml짜리 와인잔에 가득 담으면 3억원이 넘는 가치를 지닐 정도로 비싼 부품입니다.


오늘 ‘기민한 전자이야기’에서는 MLCC의 역할과 제조공정, 업계 상황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전자산업의 쌀·전력공급의 댐…MLCC, 너는 어디에서 온 누구니?

삼성전기 MLCC와 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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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CC는 전원에서 공급 받은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 등 전자부품에 필요한 만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부품입니다. 마치 물을 가두고 있다가 필요한 만큼만 흘려 보내는 댐과 같죠. 상류에서 물이 들쭉날쭉하게 흐르면 중·하류의 논이나 밭 뿐만 아니라 다리나 도로 등도 가뭄·침수 등 피해를 입게 되듯이, 전류가 회로에서 들쭉날쭉 흐르게 되면 탑재된 다른 부품들이 망가지게 됩니다. MLCC는 전류를 일정하게 공급해 부품들이 망가지는 것을 막기 때문에 반도체뿐만 아니라 TV, 스마트폰, 가전제품, 자동차 등 전자회로가 있는 제품 대부분에 탑재됩니다. 또한 각종 회로 사이에서 신호간섭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역할도 합니다.

전자회로에 탑재되는 만큼 크기가 작습니다. 얼마나 작을까요? MLCC 제품의 크기는 머리카락 두께인 0.3㎜와 비슷한 0.4㎜×0.2㎜부터 5.7㎜×5.0㎜ 까지 다양합니다. 전자부품 중 가장 작은 크기로 쌀알보다 크기가 작아 육안으로 볼 때는 작은 점 정도로 보이죠. 그러나 MLCC 내부는 500~600층의 유전체와 전극이 겹쳐져 있습니다. 유전체는 전기적 유도 작용을 일으키는 물질이고, 전극은 전기가 드나드는 도체입니다.


MLCC를 만드는 과정은 총 3단계 16개 공정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우선 배치~적층 공정까지는 클린룸에서 진행됩니다. 유전체 파우더와 각종 재로 등을 혼합(배치)해 고체와 액체를 섞어 놓은 슬러리 상태로 만들어 필름 위에 균일하게 코팅(코팅)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을 세라믹 시트라고 하는데요. 세라믹 시트 위에 니켈로 만든 전극을 스크린(인쇄) 합니다. 이후 인쇄된 시트를 쌓는 작업(적층)이 진행되죠.


적층된 시트들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밀착(압착)한 후 개별 칩으로 분리(절단)하고 바인더 성분을 제거(가소)한 후 칩 안에 파우더들이 하나의 덩어리로 바뀌도록 열처리(소성)를 진행합니다. 소성을 거친 시트는 외관을 다듬어(연마) 외부전극을 형성해주는 전극재료를 도포하는 과정(전극)을 거칩니다. 이후 고온 열처리(전극소성)를 진행한 후 도금층을 만듭니다(도금). 이렇게 만들어진 MLCC의 양품·불량 여부와 균열 등을 확인(측정·외관)한 후 포장(테이핑·출하)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고난이도 기술력 필요한 고부가가치 산업…공급할 수 있는 업체 손꼽아

삼성전기의 MLCC 생산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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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CC 제조의 핵심기술은 물론 시트를 얼마나 얇고, 작게 쌓느냐 입니다. 층을 많이 쌓을수록 전기를 많이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전기를 적절하게 흘려보내기 위해서는 미립의 작은 소재인 유전체 기술과 간섭 없이 균일하게 층을 쌓을 수 있는 제조기술도 필수적이죠. MLCC의 제조 온도도 중요합니다. MLCC는 세라믹과 니켈을 교대로 쌓은 뒤, 1000℃ 이상의 고온에서 구워 만드는데요. 세라믹과 니켈이 구워지는 온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적정한 온도를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적절한 온도에서 잘 구웠다 하더라도 얇은 내부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라도 하면 기능을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겉보기에 파손이 없더라도 내부에 금이 가지 않았는지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이에 더해 고사양 전장용 MLCC는 150도이상 고온과 영하55도의 저온, 85%에 달하는 습도를 견딜 수 있어야 하고, 휨 강도 등 충격이 전달되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이를 위한 미세구조 설계 기술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MLCC를 제조·공급할 수 있는 회사들은 매우 적습니다. 글로벌 MLCC제조업체로는 한국의 삼성전기, 삼화 콘덴서, 일본의 무라타제작소, TDK, 다이요 유덴, 대만의 야게오(Yageo), 왈신(Walsin) 등이 있습니다. 중국 등 후발업체는 고사양 MLCC 사업에 진입하지 못한 상황이죠. MLCC 글로벌 점유율은 무라타제작소가 30%대, 삼성전기가 20%대, 다이오 유덴이 10%대 입니다.

삼성전기 고용량 초소형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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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에 따라 전자제품·자동차 소비와 생산이 줄어 MLCC 시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다만 4차산업혁명에 따른 기술발전으로 MLCC 시장은 향후 꾸준히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기존 스마트폰의 경우 MLCC가 800개~1000개 정도 탑재됐지만, 최신형 스마트폰에는 MLCC도 PC처럼 1200개 이상이 탑재되고 있습니다. 또한 전세계가 구축하고 있는 5G 통신망에도 MLCC가 필요합니다. 5G기지국 하나에 MLCC 1만5000개 정도가 쓰입니다. 따라서 지난해 10조원 초반대 였던 MLCC 전체 시장규모는 2024년 20조원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MLCC 전체 시장규모의 2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전장용 MLCC의 비중이 2024년에는 35%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는 자율주행차와 전기차의 등장 때문입니다. 전자제어장치(ECU),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 자동차 편의기능이 향상되면서 자연스럽게 전장용 MLCC의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또한 전기차는 말 그대로 전기를 동력으로 쓰기 때문에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필수인 상황입니다. 통상 자동차 1대당 MLCC 8000개~1만3000개가 탑재되는데요. 자율주행차나 전기차의 경우 1만5000개~3만개 이상의 MLCC가 필요합니다. 현재 전장용 MLCC 분야에서는 일본 업체들이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삼성전기 등 국내업체도 전장용 MLCC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자동차업체 인증 테스트를 받는 등 기술력 검증과 공정 최적화를 위한 원재료 내재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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