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너머, 그대 건강위해 건배"…너도 나도 #집콕챌린지 #화상먹방
ICT기반 사회적 거리두기 풍속도
재택근무 중인 김지연씨와 직장 동료들이 26일 저녁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통해 마련된 온라인 술 자리에서 모니터 화면 앞으로 맥주 캔과 병을 들어 올리며 건배를 외치고 있다.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이거 되네? 진짜 되네? 맥주는 준비했어?"
26일 오후 7시. 한 달 이상 이어진 재택근무로 가물가물했던 직장 동료들의 얼굴이 노트북 화면에 줄줄이 떴다. 급만남을 위한 준비물은 치킨과 맥주.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IT 업계의 기묘한 화상회식' 사진을 본 김지연(34ㆍ여)씨가 절친한 직장 동료들에게 "우리도 얼굴 한 번 보자"며 화상채팅 초대장을 보내 성사된 '원격 급만남'이다. 김씨는 "건배부터 하자"며 모니터 화면 위로 캔 맥주를 들어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재택근무를 비롯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하면서 ICT를 기반으로 한 이색 풍속도가 나타나고 있다. 달고나 커피 만들기 등 이른바 '집콕 챌린지' 인증에 이어, 직장 회식이나 지인들과의 술자리를 온라인 화상채팅으로 대체했다는 경험담이 줄 잇고 있는 것이다.
◆단체 화상 먹방 '줌' 화제= 시작은 이달 중순 트위터에 올라온 한 게시물이었다. 노트북 옆에 놓인 치킨ㆍ콜라 사진과 함께 '구글 폼을 이용해 각자 집주소와 먹고 싶은 음식을 알려주고, 대표가 배달의민족으로 주문한 뒤 줌(ZOOM)으로 단체 화상 먹방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트윗은 무려 7000번 이상 리트윗되며 화제가 됐다. '줌'은 1대 1은 무제한, 3명 이상 참여 시 40분까지 무료인 화상회의 플랫폼이다.
이 트윗을 본 후 직장 동료들과 원격 술자리를 가진 정지현(31ㆍ여)씨는 "지하철도, 길거리도 불안해서 지인들을 만나지 못한 지 오래"라면서 "내 집에서 편하게 식사하며 직접 만난 것처럼 수다를 떠니 스트레스가 풀렸다"고 소감을 전했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30대 박민철씨 역시 아내의 권유에 따라 이번 주말 줌을 활용한 부부동반 저녁식사에 나설 예정이다. 트위터에는 "어젯밤 화상으로 다른 두 집을 연결해 부부 동반 온라인 음주를 했다. 생각보다 할 만하다" "굿 아이디어" 등의 후기들이 끊이지 않는다.
◆"현실은 비극이지만 사이버공간은 희극"= 달고나 커피 만들기, 레몬 한 번에 먹기 등 '집콕 챌린지'를 마친 후 SNS에 인증하는 것도 유행이다. 한 아동심리 전문가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아무놀이 챌린지' 영상은 1만건 이상 퍼졌다. 각국에서 '스테이 엣 홈 챌린지(#StayAtHomeChallenge)'라는 태그가 달린 SNS 인증들도 쏟아지고 있다.
이 같은 신풍속도 뒤에는 화상회의 플랫폼과 같은 ICT가 존재한다. 코로나19가 계기가 됐지만 기술 발전에 따른 변화이기도 한 셈이다. 조진영(35ㆍ여)씨는 "시차 없이 영상, 목소리가 나와 정말 지인들과 한 공간에 함께 있는 기분이었다"며 "기술 수준에 놀랐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 후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화상회의 플랫폼 팀즈의 글로벌 가입자는 4400만명을 돌파했고, 15~60초 사이의 짧은 동영상을 촬영해 올릴 수 있는 틱톡의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랭킹도 급상승했다. 증강현실(AR) 기반의 동물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SK텔레콤의 '점프 AR' 오픈갤러리는 공개 2주 만에 3000여장이 업로드되는 등 어린이들의 새로운 놀이터가 됐다는 평가다. 앞서 페이스북은 와츠앱, 페북 메신저 등의 메시지 이용량이 전월에 비해 5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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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놀이문화는 ICT 발전과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결합해 낳은 신풍속도"라며 "현실은 비극이지만 사이버 공간은 희극"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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