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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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t)의 궁극적 목적은 성과가 낮은 기업의 경영활동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있다고 주장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헤지펀드들 공격으로 주가가 오르면 차익실현 후 신속히 빠지는(먹튀)의 주범으로 알려지고 있다. 헤지펀드의 공격으로 인한 단기주가 상승은 진정한 기업가치의 상승이 아니라 근로자들의 희생에 기초한 부의 이전(wealth transfer)에 불과한 것이다. 배당 강화, 자사주 매입, 자회사 매각, 이사진 교체, 고용축소, 설비투자와 연구개발투자의 감축 등을 통해 결국 회사는 장기적으로는 실적 감소와 직원의 사기 저하를 겪을 수밖에 없으며, 대상 회사뿐만 아니라 사회와 경제 전반에 해를 끼치게 된다는 연구도 설득력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여러 헤지펀드들이 증권 감독 당국에 신고해야 할 비율(미국의 경우 10%, 한국의 경우 5%) 이하 지분을 보유하면서 대량보유 공시의무를 회피하고 있다가 별안간 함께 타깃회사를 공격하는 전술을 구사하는데, 이를 '이리떼 행동주의'(wolf pack activism·약칭 울프팩)라 한다. 울프팩의 특징은 '협력해 행동'(act in concert)하기로 하는 사전 약속이 없다는 것이다. 공격에 가담할 헤지펀드들이 평소에는 느슨한 연계를 형성해 그들 전체의 보유지분은 5%를 훨씬 넘었어도 공시할 의무가 없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지분을 규합해 공격을 해 오면 기업들은 당해낼 수가 없다. 2015년 포춘 100대 기업 중 9개 기업이, 포춘 500대 기업 중 38개 기업이 헤지펀드 공격을 받았다고 한다. 울프팩 공격은 대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는데 2015년에만 미국 상장회사 중 343개가, 2016년 상반기에만 113개 회사가 공격을 받았다고 한다. 아시아 지역에서의 공격도 불과 7년 만에 10배나 늘었다.

과거 일본은 주거래은행이 기업의 주식의 대부분을 소유해서 소유구조가 안정돼 있었다. 현재는 은행의 보유지분이 점차 얕아져 해지펀드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700여 개 상장사 중 절반가량이 장부 가치 이하로 거래되고 있는 시장에서 연간 수십 건의 주주행동주의 활동이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에만 일본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지거나 경영 제안을 내놓은 행동주의 활동이 75건 있었다. 2020년에도 2월까지 이미 9건을 기록했다. 홍콩계 오아시스, 미국계 엘리엇과 서드포인트 등이 맹렬하게 활동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서 고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지면서 속속 아시아권 시장을 넘보고 있다. 한국에도 관심이 많다고 공공연히 얘기한다.


주주행동주의에 대해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량보유 신고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5%룰을 강화해 3%룰로, 5일 내 보고를 2일 내에 보고로 수정해야 한다. 기업 정보는 거래소 시스템에 의해 낱낱이 공개되는 반면 펀드들에 대해서는 깜깜하다. 정보비대칭 해소를 위해 헤지펀드들의 자금조성 내역, 투자성과, 펀드매니저별 성과보수, 총보수, 운용성과, 투자자별로 부담한 운용보수 내역, 보유자산 현황, 펀드가 보유한 기업 주가와 연계된 모든 금융상품의 매수, 매입, 중립, 파생포지션 등의 현황을 공시토록 해야 한다. 예외 없는 단기차액반환제도를 적용하고, 신고 위반자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박탈해야 한다. 의결권 연대행사를 금지해야 하고, 경영권 방어수단인 차등의결권제도와 포이즌 필 제도를 속히 도입해야 한다. 법인 간 주식교차보유허용 등을 허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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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헤지펀드들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고, 제안도 더욱 합리적이 돼 가고 있다. 기업들은 원하지 않더라도 점점 더 이들과 협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한국 KCGI는 현재 한진칼을 공격 중이다. 그러나 펀드가 성공하려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근로자들과 소액주주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현 경영진에 태클을 걸고자 한다면 더 정교하고 더 합리적인 제안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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