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 위험 대비라더니…당국 '금리상한 주담대' 헛발질
1년도 안돼 0%대 금리
은행 5곳서 6건 판매 그쳐
소비자들 되레 손해 상황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금융당국이 금리 상승 위험에 대비해 은행권을 통해 내놓은 주택담보대출 상품 2종이 출시된 지 1년이 됐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 판매가 뚝 끊겼다. 당초 예측과는 달리 기준금리가 0%대까지 떨어지면서 추가 비용을 부담하고 이 상품을 선택한 금융소비자들은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은행 5곳이 지난해 3월 출시한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은 19일 현재 총 6건 판매에 그쳤다. 판매금액으로는 4억6800만원이다. 동시에 선보인 '월 상환액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은 같은 기간 48건(30억8500만원)이 나갔다.
지난해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32조원 이상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매우 초라한 성적표다. 특히 금융당국이 기획, 은행에 출시하도록 한 사실상의 정책상품이라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헛발질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두 대출 상품의 명목은 '금리상승 리스크 경감형'이다.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은 대출금리가 아무리 올라도 최대 상승폭을 향후 5년간 2%포인트 이내로 제한한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시중금리 변동 추이를 반영하는데, 돈을 빌리는 사람이 추가로 비용을 부담하고(연간 대출원금의 0.2% 안팎) 이 상품을 선택하면 향후 금리 상승폭이 제한된다. 월 상환액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은 대출금리가 움직여도 월 상환액을 향후 10년간 동일하게 묶는다. 금리 상승으로 이자가 늘면 원금 납부액을 줄여 차주의 상환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상품 출시 보도자료를 내고 "향후 전반적인 시장금리 상승 가능성이 남아있다"며 "저금리가 지속되던 시기 고정금리보다 금리가 낮은 변동금리 대출을 선택한 차주는 금리상승에 따른 상환부담 증가 위험에 노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동금리 차주가 대출금리 상승에 대비할 수 있도록 리스크 경감 상품을 선제적으로 내놨다"고 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2019년 3월 연 3.04%에서 올해 1월 2.51%로 낮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0.75%까지 인하하면서 대출금리는 더 내려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홍보한 상품에 추가 비용까지 내고 가입한 일부 차주들은 오히려 중도상환수수료를 내고 '갈아타기'를 고려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는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었다. 당초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각각 아이디어를 낸 2018년 4월, 7월에는 금리가 오를 징후도 있었지만 미ㆍ중 무역분쟁,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같은 해 하반기부터 시중금리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더 낮아지는 '금리역전'까지 발생했다. 은행들도 상품 기획 단계 부터 시중금리 흐름과 맞지 않고 상품 구조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출시에 부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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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관계자는 "당시 시중금리 추이를 보면 이 같은 흥행 실패는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며 "금융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상품보다는 정책 홍보에 매달린 결과로 '뒷북 행정'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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