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 바이러스' 발언에…중국 "그럼 미국 에이즈!"
[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언급하자 중국 의학계가 에이즈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을 예로들며 바이러스의 발원과 발생은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라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중국의 지원과 투자를 많이 받고 있는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 바이러스'가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지적하며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주의를 줬다.
19일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생명과학 분야의 저명 인사인 라오이 베이징수도의과대학 학장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일컫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계속되자 "미국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첫 에이즈 환자가 1981년 6월5일 미국에서 보고됐다. 에이즈를 '미국 성병 바이러스'라고 불러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또 "북미 지역에서 발병해 유럽에서 널리 퍼진 매독의 병원균 스피로헤타도 '북미 스피로헤타'라고 불러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리 학장은 1918년 전후에 '스페인 독감'이라고 불리며 전 세계를 강타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따지고 보면 미국에서 출발했다는 점도 되짚었다. 그는 "당시에는 '스페인 독감'이라고 불렸지만 지금은 이 병의 발원지가 미국 켄사스주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라며 "바이러스는 미군에 확산된 후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스페인은 단지 전염 경로에 불과하다. 이 바이러스는 '미국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이름이 바껴야 한다"고 꼬집었다.
리 학장은 '미국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서 5000만~1억명의 사망자를 냈는데 이것은 1,2차 세계대전과 20세기에 일어난 모든 전쟁의 희생자를 합친 수보다 많다"고 주장하며 "또 북미 스피로헤타에 약 4500만명이 감염됐고 매년 10만명이 죽는다. 미국 성병 바이러스 감염자도 100만명 이상이며 매년 약 77만명이 죽는다. 미국에서 비롯된 이 세개의 바이러스 감염자와 사망자 수는 코로나19 희생자 수를 훨씬 뛰어 넘는다"고 강조했다.
중국 감염병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도 힘을 보탰다. 그는 전날 광저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12년 메르스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했지만, 이를 '사우디 바이러스'라고 칭할 수는 없다"면서 "이는 자연히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 "코로나19가 우한에서 발생한 것은 맞지만 발원지가 우한이라는 근거는 없다"면서 "발원과 발생은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중국 과학자들의 이러한 주장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표현하며 중국을 비난하는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코로나19 태스크포스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 바이러스' 용어 사용이 전혀 인종차별주의적인 것이 아니라고 일축하며 "그것이 중국에서 왔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후베이성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발발 정보를 제때 제공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백악관의 한 관리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쿵 플루(kung flu)'라고 부른데 대해서도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왔다는 것에 사람들이 아마도 100% 동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고유가 지원금 받아도 1인당 30만원 또 준다…18일...
'중국 편들기' 지적을 꾸준히 받아온 세계보건기구(WHO)는 즉각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바이러스'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이러스는 국경을 모른다. 개개인을 바이러스와 연관된 것으로 요약하는 언어를 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주의를 줬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