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8차대화 쟁점 '전략물자'…"큰 진전 어렵다"
"수출규제 품목 국산화, 기업 비용 증가 현실 서로 파악
국산화로 협상력 높일 수 있지만 테이블 올리기 어려워"
산업부 장관 초동대처 아쉽다는 지적 쏟아져
우리가 부분적 이슈 해결했으니 일본에 규제 풀라고 요구
"실무진 회의 부담만 커지고 진솔한 대화 어렵게 만들어"
국장급 회의, 대단한 진전보다는 대화 이어나가는 데 의미
지난해 12월16일 오전 정책대화 장소인 일본 경제산업성 본관 17층 제1특별회의실에서 제7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에 참석한 한국 수석대표인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왼쪽)과 이다 요이치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이 서로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정부는 10일 '제8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영상회의 형태로 강행하기로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양국이 서로 입국 제한을 하고 있어 제대로 된 대화를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수출규제 품목을 국산화하는 것이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현실을 양국이 빤히 알고 있기 때문에 국장급 실무진 회의에서 '국산화' 카드로 우리 측이 일본을 압박하기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8시간가량 서울청사 별관에서 일본과의 8차 대화를 영상으로 진행한다. 지난해 12월16일 이후 3개월 만에 열리는 이번 대화엔 한국 수석대표인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과 이다 요이치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이 참석한다.
우선 수출규제 품목 및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 배제에 관해 논의한다. 산업부에 따르면 양국 간 제도 및 운영상 차이는 여러 차례 확인을 한 만큼 구체적인 실무 논의를 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 입장에선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 국산화를 통해 협상력을 높인 점을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의 올해 첫 일정이 수출규제 3대 품목 중 하나인 불화수소 자립화를 한 업체 솔브레인홀딩스 솔브레인홀딩스 close 증권정보 036830 KOSDAQ 현재가 71,900 전일대비 1,100 등락률 -1.51% 거래량 215,303 전일가 73,000 2026.05.04 15:30 기준 관련기사 '휴전 지속 기대감' 장 초반 코스피 5800 후반대…코스닥도 상승 솔브레인홀딩스, 100억 규모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 코스피200에 엘앤에프·한미반도체 등 편입…6개 종목 교체 방문이었을 정도로 국산화의 의미가 크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협상 테이블에 올릴지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협상력 제고 수단으로 '인식'할 순 있지만 국장급 실무진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거론하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 오히려 이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협상 타결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국산화 제품이 일본과 같은 품질이 아니기 때문에 불량률을 어느 정도 감수하는 상황인 만큼 기업 입장에선 비용 증가 리스크를 안고 가는 상황"이라며 "일시적인 협상력 제고 요소일 순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부담이라는 현실을 국장들이 서로 잘 알기 때문에 국산화 이슈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진솔한 회담 진행과 협상 타결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초동 대응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장급 회의 전에 장관이 직접 나서서 일본이 지적한 ▲양국 신뢰 구축 ▲재래식 무기 캐치올 통제 법안 마련 ▲한국 수출 조직 강화 등을 우리는 잘 지키고 있다고 천명했기 때문에, 일본 측이 실무진 회의를 한국이 '정치화'하는 것 아니냐고 오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성 장관은 지난 6일 '대외경제장관회의 겸 일본수출규제 관련 관계장관회의'에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양국이 정책 대화를 개최하지 않은 데 따른 신뢰 훼손 ▲재래식 무기 캐치올 통제의 법적 근거 미흡 ▲한국 수출통제 인력·조직의 취약성 등을 해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의에서 일본 정부가 규제 조치를 지난해 7월1일 수출규제 이전 수준으로 원상회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과 조치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 측에서 아직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지만 우리 측의 의견은 충분히 전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는 일본이 요구한 부분적인 세 가지 조건을 충족했으니 일본은 수출 규제 전면 철회를 하라고 장관이 요구하는 것은 국장급 실무회의를 '한일회의'로 둔갑시키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실무회의인 만큼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일본 전범기엄 자산 현금화' 같은 이슈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도 "이번 회의는 전략물자 회의기 때문에 이 같은 내용이 언급되진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따라서 한국의 장관이 일본에 "7월1일 전으로 돌려놔라"는 식의 요구를 미리 한 것은 과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최 교수는 "일본이 원하는 배상 판결 관련 이슈는 외교부와 법무부, 국회 등 여러 부처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며 "이를 전략물자 주무부서인 산업부에 떠넘겨 실무 협상을 하도록 해놓고 전체적인 '한일회의'로 연결하는 것은 '침소봉대'를 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이번 대화는 실무 회의기 때문에 한국 측에선 현상 유지로 갈 가능성이 크다"며 "국장이 정부의 명확한 입장을 제시받은 뒤 이를 가지고 협상을 할 정도로 전향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일본도 이를 제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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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장관 혹은 청와대 특사 등이 참석하는 고위급 회의를 통해 한국이 배상 판결 집행에 따른 현금화 문제를 들고나와야 일본도 수출 규제 철회를 고려할 것"이라며 "국장급 회의에서 대단한 진전을 하려 하기보다는 대화를 이어가는 차원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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