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극협회 "코로나19 피해 심각…2020 '연극의 해' 재검토해야"

오태근 이사장 "연극의 해 21억 예산, 피해 연극인들 위해 사용 제안"

한국연극협회 오태근 이사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연극계의 피해가 심각하다며 2020 연극의 해 사업 추진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한국연극협회 제공]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한국연극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에 '2020 연극의 해' 재검토를 요구하며 연극의 해 예산으로 책정된 21억원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받은 연극인을 위해 사용해달라는 입장문을 24일 발표했다.

오태근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은 2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코로나19 확산과 2020 연극의 해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연극협회 이사회, 16개 광역시도연극협회, 그외 직능협회를 대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오 이사장은 문체부의 제안으로 시작된 연극의 해 사업이 아직 제대로 추진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다며 사실상 올해 연극의 해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 이사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에 연극의 해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해도 제대로 붐업을 일으키긴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 이사장은 "코로나19로 연극계가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며 "올해가 연극의 해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 관련 예산을 피해를 입은 연극인들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제안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오 이사장은 지난해 말 문체부가 2020년 연극의 해를 제안했을 때 이사장으로서 잘 해보고 싶었다며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연극의 해 사업은 처음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며 "지난 3차의 토론회 과정에서는 한국연극협회와 한국연극협회 소속 16개 지회 및 각 단위 협회와 소속 현장 연극인의 목소리가 묵살되는 과정을 참담히 지켜봤다"고 말했다. 이어 "문체부 주최의 토론회에서 졸속적이고 즉흥적으로 결성한 연극의 해 추진위원회가 묵묵히 현장을 지키는 전문 연극인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까지 발생해 엎친데 덮친 격이 됐다며 올해 연극의 해 추진 계획을 재검토하고 관련 예산을 피해를 입은 연극인들에게 지원하자고 주장했다.

한국연극협회 김관 사무총장에 따르면 지난 19일까지 전국 4개 지역에서만 40개 단체가 공연 취소나 연기 등으로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사무총장은 "서울시 공공 기관이 사실상 모두 폐쇄되고 지역에서도 국공립 공연장이 페쇄돼 23일을 기점으로 피해를 입은 극단이 대폭 늘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이사장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 한국연극협회가 제대로 연극단체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했다며 당시 경험 때문에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연극인들의 위기감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는 한국연극협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입장 표명에 나선 것이라며 지역·단위 협회와 함께 피해액과 규모를 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문체부에 대해 2015년 메르스 피해 관련 보상 정책이 대다수의 현장 연극인들에게 제대로 집행이 됐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