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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의 비혼계산서…'미친 집값+텅장'에 나혼자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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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신년기획 - 세대공존, 함께 만드는 사회]
<7>결혼, 할까요 말까요

밀레니얼·Z세대 개인주의 성향에 경제력 겹쳐
자발적·비자발적 비혼 많아
결혼 뒤 불화 미리 방지 위한 '혼전 이혼'

세대불문 노후는 걱정
차별받지 않는 세상 바라…1인가구 사회안정망 요구

'MZ'의 비혼계산서…'미친 집값+텅장'에 나혼자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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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결혼은 사랑이다? 돈이다? 아니, 미친 짓이다!


비혼을 추구하는 MZ세대의 성향 속에는 개인주의적 세계관과 녹록지 않은 주머니 사정이 녹아있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의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하지만 결혼을 꿈꾸지 않는(못하는) 현실은 자신의 결정을 합리화 하기 위한 가치관을 연쇄적으로 만들어낸다. 준비 없는 결혼은 미친짓이라는 '이성적 판단'은 널리 공유되며, 사회(정부)가 1인 가구의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는 '합리적 권리'로 여겨진다. 한편 복지 인프라에 대한 불신은 다시 성공과 권력ㆍ돈에 대한 집착으로 되돌아가고, MZ세대가 성과와 권리, 특혜나 불공정 등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성향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물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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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보셨나요? 결혼할 마음이 사라집니다"= 최근 직장을 그만두고 새롭게 취업을 준비 중인 마포캣대디(33ㆍ남)는 비자발적 비혼주의자에 가깝다. 결혼을 해도, 안 해도 상관없다는 게 솔직한 마음이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과 좀처럼 늘지 않는 통장 잔고는 그를 비혼주의자에 더 가깝게 만들었다. 마포캣대디는 "상대와 내가 경제적으로 결합하는 게 결혼의 핵심"이라고 단정했다. 그는 이어 "한 쪽이 상대적으로 풍족하지 못하면 자격지심이나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살 것이다. 사랑만으로 결혼할 순 없다"고 했다.


결혼의 최우선 조건으로 '사랑 앞에 경제'를 두는 경향은 당사자의 경제적 능력과 무관하게 MZ세대를 관통하는 상식으로 보인다. 대기업에 다니는 닭가슴살샐러드(34ㆍ남)는 "애정이나 성격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결국 결혼을 결정짓는 건 경제적 조건이라 생각한다"며 "지금 월급으로 혼자 살면 안정적이고 편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결혼 여부를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는 행위냐 아니냐'로 판단하는 게 합리적이며 가장 최우선 기준이라는 말이다.

기성세대 역시 이런 가치에 이견을 달지 못한다. 30대 초반 아들을 둔 아들아장가가자(61ㆍ여)는 "요새 서울 집값을 보면 정말 기도 안 찬다"며 속상해했다. "아들이 장가를 가겠다고 결정해주길 바라지만, 비용 때문에 겁을 내는 마음을 왜 모르겠어요." 하지만 "결혼이 꼭 돈만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부족한 부분은 서로가 채워나갈 수 있고 그런 것도 하나의 행복인데…. 우리 아들을 비롯해 많은 청년들이 돈 때문에 다른 행복들을 놓칠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요."


비혼의 또 다른 이름 '혼전 이혼'= 사랑이든 돈이든, 결혼의 전제조건을 고려하는 건 결국 '행복'에 다가서기 위해서다. MZ세대는 묻는다. '사랑과 희생'으로 대변되는 기성세대의 결혼관은 과연 행복으로 이어졌는가. 5년 차 직장인 비타민이부족해(31ㆍ남)는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잘라 말했다. "수십 년간 싸움을 반복하시던 부모님은 내가 취직하자마자 이혼하셨어요. 혹시라도 내가 힘들어할까봐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 참으셨다는데,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제가 결혼을 생각할 수 있었을까요."


이것은 비타민이부족해라는 한 개인의 가정사가 아니다. "주변에 비혼에 가까운 이들을 보면 대부분 화목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란 경우가 많아요. 그런 측면에서 비혼이라는 말보다는 결혼 뒤 불화를 방지하기 위한 '혼전 이혼'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강아지와 오피스텔에서 자취 중인 뽀삐야사랑해(33ㆍ여) 역시 결혼 후 겪게 될지 모르는 갈등과 불화에 대한 걱정이 크다. 뽀삐야사랑해는 "주변에 벌써 이혼한 친구가 두 명이나 있다"며 "결혼할 때 행복에 겨워 죽겠다던 친구가 시댁과 갈등으로 1년 만에 이혼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지금 강아지와 사는 삶이 행복하고, 내가 하고 싶은 취미생활을 맘껏 할 수 있어 좋다. '누구나 거쳐야 할 과정'으로서 결혼을 위한 결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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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은 떳떳하다, 노후는 걱정된다= 비혼 선언은 당당하고 주체적이며 합리적이라지만, 그 삶이 가져다줄 난관이 걱정되지 않을 리 없다. 최근 독감을 앓았다는 뽀삐야사랑해는 "혼자 고열에 시달리며 누워있을 때 문득 20년, 30년 뒤를 상상하게 됐다"며 "나이가 들어 집에서 혼자 사고를 당하거나, 병에 들었을 때를 떠올리니 겁이 났다"고 말했다.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던 비타민이부족해 역시 노후에 대한 불안감에 비혼을 종종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고 했다. 그는 "나이가 들어 아프거나, 실직을 해 의존할 곳이 필요할 때가 결국 오지 않겠나"라며 "혼자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결혼하지 않는 자녀를 둔 부모세대도 공통된 걱정 속에 놓여 있다. 아들아장가가자는 "지금이야 젊고 돈 벌고 있으니 혼자 사는 게 행복하겠죠. 나중에 늙고 병들었을 때 결국 의지할 건 가족뿐인데, 아들은 이런 걱정을 잔소리로 취급하고 있으니 안타깝죠"라고 했다.


시대 흐름에 따라 비혼을 선택하는(혹은 강요당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면, 결국 이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 구축이 수순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진다. 마포캣대디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저출산 문제는 출산지원금을 나눠주는 단편적 지원이 아니라 결혼과 출산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생은아름다워는 "결국 정부가 나서서 일자리 창출, 내집 마련의 길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프랑스의 시민연대계약(PACsㆍ팍스)과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는 등 획기적 결단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1999년 프랑스에서 시작된 팍스는 동거관계도 가족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동거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똑같은 사회보장제도를 적용해준다. 프랑스는 이를 통해 1.5명까지 떨어졌던 합계 출산율을 1.9명까지 끌어올렸다.


뽀삐야사랑해가 말했다. "저는 비혼에 가깝지만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건 아니에요. 결혼하지 않고 낳는 아이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런 사회가 된다면 요즘 세대가 비혼을 결정하든 결혼해서 살든, 그게 무슨 큰 문제가 되나요."


※기사에 등장하는 닉네임(가명)의 주인공은 익명을 전제로 인터뷰에 응한 실존 인물입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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