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국립오페라극장 솔리스트 베이스 박종민, 지난해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데뷔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일본에서 NHK 오케스트라와 공연할 때였다. 공연을 쉬는 날에 가부키 공연을 보러 갔다. 가부키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가부키가 어떤 공연인지 궁금했다. 가보니 공연 티켓을 막(幕)별로 나눠서도 팔고 있었다. 가부키가 어떤 형식인지만 알고 싶었기 때문에 19분짜리 1막만 보고 나왔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전막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베이스 박종민(34·사진)이 털어놓은 일본 경험담은 흥미로웠다. 국내 오페라 공연도 막별로 나눠 티켓을 팔면 더 많은 사람이 보게 될까.

국내 유명 오페라 공연의 경우 좋은 좌석 입장권은 가격이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웬만한 애호가가 아니면 엄두도 내기 어려운 금액이다. 박종민은 "궁금해서 가보고 싶은 사람도 있는데 10만원이 넘으면 못 간다. 막별로 나눠서 팔면 2만~3만원대로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오페라시장을 조금이라도 키우려면 무엇보다 관객이 많아야 한다. 결국은 아이디어 싸움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독일 함부르크에서는 공연 티켓이 있으면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한국의 오페라시장은 좁다. 오페라를 즐기는 인구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좁은 국내 시장에도 한국에서는 세계적인 성악가가 꾸준히 배출되고 있다. 베이스 박종민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2011년 세계 최고 권위의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2013년부터 세계에서 손꼽히는 오페라 극장인 오스트리아 빈슈타츠오퍼(빈 국립오페라극장)의 전속 솔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한국 오페라 시장은 좁다. 오페라를 즐기는 인구는 손에 꼽을 정도다. 좁은 국내 시장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세계적인 성악가가 꾸준히 배출되고 있다. 베이스 박종민도 그 중 한 명이다. 박종민은 2011년 세계 최고 권위의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2013년부터 세계에서 손꼽히는 오페라 극장인 오스트리아의 빈 슈타츠오퍼(빈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전속 솔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베이스 박종민  [사진= 에투알클랙식 제공]

베이스 박종민 [사진= 에투알클랙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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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에는 세계 최고의 무대라 할 수 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메트) 오페라 무대에 데뷔했다. 지아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에서 젊은 철학도 '콜리네'를 맡았다. 이미 빈 슈타츠오퍼, 영국 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 콘벤트가든, 볼쇼이 극장 등 세계적인 무대에 섰지만 메트는 또 다른 차원의 무대다.


"성악가들에게 꿈의 무대다. 내 버킷리스트 중에서도 메트는 가장 상위에 있었다. 실제 무대에 서보니까 너무 좋았다. 예술가에게 해주는 모든 대우가 최고였다. 무대 규모가 4000석이나 되는데 관객들도 항상 객석이 꽉꽉 차도록 온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수준도 최고였다. 너무 완벽하니까 조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완벽하기에 정말 집중하게 하는 차가운 분위기도 느껴졌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했다. 다른 솔리스트들도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하는 게 느껴졌다.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 호세 카레라스 등 유명한 성악가가 모두 섰고 그들도 정말 열심히 한 무대이기 때문에 아직 30대에 불과한 젊은 성악가가 실수를 한다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 그런 무대다."


박종민은 라보엠 무대에 8회 올랐다. 무대에 오르기 전 2주간 리허설을 했다. "라보엠은 오페라 중 가장 쉬운 작품에 속한다. 리허설을 2주 하고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무대 리허설도 세 번이나 했다. 다른 라보엠 공연에서는 무대 리허설을 한 번도 안 하는 경우도 있다. 메트가 얼마나 완성도 있는 무대를 보여주고자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도 영광스럽지만 메트와 같은 세계적인 무대에 계속 초청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라보엠 무대를 마친 뒤에는 메트 극장장, 캐스팅 디렉터 등과 만나 개인 면담을 했다. "잘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빈첸초 벨리니의 '청교도',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루살카' 등은 자신있는 작품이라고 얘기했다. 메트 쪽에서도 어울리는 작품을 고민해 보겠다." 그는 "지금은 연간 40~50회 공연을 한다. 공연 횟수가 많은 편이다. 계속 재초청을 받아 연간 공연 횟수를 10회 정도로 줄이는 대신 큰 무대에 계속 서는 성악가가 돼야 한다"고 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의 '라보엠'에서 '콜리네'를 연기하고 있는 박종민.  [사진= 에투알클랙식 제공]

뉴욕 메트로폴리탄의 '라보엠'에서 '콜리네'를 연기하고 있는 박종민. [사진= 에투알클랙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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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의 주된 활동 무대는 유럽이다. 따라서 그의 공연을 국내에서 보긴 쉽지 않다. 그는 2019~2020시즌에 빈슈타츠오퍼에서 '일 트로바토레'의 페르난도, '마술피리'의 자라스트로, '세비야의 이발사'의 바질리오, '루살카'의 보드니크, '마농'의 데 그리외 백작, '피가로의 결혼'의 피가로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른다. 오는 4월 2020 독일 잘츠부르크 부활절 축제에서는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지휘하는 '돈 카를로' 무대에도 오른다.


그는 지난해 한국에서 두 차례 공연했다. 한국에서 공연하기가 어려운 가장 큰 문제는 일정이다. 유명 오페라 극장이나 성악가의 경우 길게는 5년 정도의 공연 일정이 미리 잡혀있다. 박종민도 길게는 2023년까지 공연이 잡혀있다. 한국에서는 가장 큰 국립오페라단이 지금 내년 공연 일정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박종민은 한국에서 공연 제안이 와도 이미 계약돼 있는 유럽 공연이 있으면 참여할 수 없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빈 국립오페라극장은 시에서 예산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극장 자체가 모든 예산을 관리하기 때문에 장기간 계획을 잡을 수 있다"며 "한국은 예산을 받아서 하기 때문에 국제적인 기준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이 개선되면 좋을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도 공연할 기회가 많기를 바랐다. "한국에서는 했던 작품을 또 하는 경우가 많다. 클래식 인구가 적고 색다른 오페라를 하면 관객들이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일 짜장면, 짬뽕만 먹을 수는 없다. 성악 전공자로서 다양한 새로운 작품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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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없을 뿐 소개하고 싶은 작품은 많다. 그는 "오페라 작품이 1000개라면 내가 한 작품은 1~2개 정도에 불과하다"며 "오페라 작품은 무한대"라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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