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주 자본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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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증권사에 입사해 임원이 되기까지 영업지점에서만 일했다. 외환위기를 겪던 1997년에는 강남지점장을 맡아 전국 1등 지점으로 키웠다. 임원이 된 뒤로는 리테일사업, 홀세일사업, 기업금융 등을 두루 거쳤다. 2012년에는 사장에 올라 7년을 보냈다. 그렇게 증권맨으로 35년간 대신증권에서 뼈를 묻었다. 그가 지난 1일 금융투자업계를 대표하는 자리에 올랐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이야기다.


나 회장은 증권업계에서 소문난 영업맨 출신이다. 그가 영업 일선에서 일할 때 외환위기와 닷컴버블 등을 몸소 겪었다. 투자를 권유하다 실패를 한 고객들의 원성을 모두 받아냈다. 그러면서 고객과의 신뢰를 쌓아갔다. 그는 영업맨으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신뢰'라고 강조한다. 진정성을 갖고 고객을 대한 덕분에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 회장은 "고객이 때로는 손실을 보더라도 '당신이라면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12월20일 치른 금투협회장 선거에서 나 회장은 76.3%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과거 과반의 지지를 못 얻어 결선투표까지 치렀던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을 상기하면 사실상 회원사들이 전폭적인 힘을 실어준 셈이다. 그만큼 금융투자업계가 갖는 최근의 위기감은 가볍지 않다.


한국 증시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이른바 '왕따' 처지다. 지난해 코스피는 7.7% 상승하는 데에 그쳤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28.9%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유럽의 유로 Stoxx600 지수,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각각 23%, 22% 올랐고, 일본 닛케이225 지수도 18% 상승했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그 배경에는 정부의 반기업ㆍ반시장 정책, 인구감소와 고령화, 약해진 혁신성 등이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반도체주 말고는 그닥 관심이 없다. '셀 코리아'는 잊혀졌다.

금융투자업계는 지난해부터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 사태에 이어 독일 헤리티지 DLS 사태,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중단 등까지 겹치면서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특히 라임자산운용은 지난해부터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까지 받으면서 '한국형 헤지펀드'로 불리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가 위기에 몰렸다.


한국 기업의 투자매력이 떨어지고, 금융투자업계의 신뢰가 추락하면서 시중자금은 부동산으로만 몰리고 있다. 부동산 버블은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가 됐다. 자본시장에서 시중자금을 밀어낸 금융투자업계의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나 회장은 9일 금투업계의 4대 과제를 제시했다. 다른 업권이 제공하지 못하는 다양한 금융투자상품 솔루션 발굴ㆍ제공, 혁신산업 관련 기업 육성을 위한 모험자본 조달, 신사업 개발, 금투산업의 글로벌 변모 등이 그것이다. 이들 과제들은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고, 금융투자기업들이 활발하게 사업을 펼칠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성과를 낸다고 해도 시장에 참여하는 주체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모래위의 성에 불과하다. 언제든 어떤 이유로 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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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가 참여하는 시장에서 공론화 된 철학도 필요하다. 시장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주식시장은 도박판이 되지 말아야 하고, 한 번의 금융상품 투자로 전재산을 날리는 투자자가 나와서도 안된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지켜야 할 선을 지키기만 해도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자본시장이 잘 돼야 하는 여러 이유 중 핵심은 '국민들의 부를 증대시켜주는 것'이다. 나 회장이 말하는 '진정성'과 '고객신뢰'가 금융투자업계 모두에게 확산되길 기대한다.


조영주 자본시장부장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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